
화포천 길 떠나는 기러기
김 익 택
나에게 일년을 기다렸던
더 좋은 봄인데
너에겐 더 빨리 떠나고 싶은
봄인가 보다
네가 떠난 자리에
움이 트고 꽃 몽우리 맺을 것인데
너는 미련없이 떠나려고 하네
그러고 보니
붙잡아도 떠나는 건 너만 아니구나
그래 잘 가거라
내 좁은 생각이 삶의 섭리를
어떻게 알겠니
내년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늦가을에 오렴아

길 돌아가는 기러기에게
김 익 택
내가 보기엔
구름 외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하늘에도 길이 있나요
쥐도 새도 모르게
생명을 앗아가는
천적이 있나요
그래서
심심찮게 허공 가르며
끼룩끼룩
정보를 주고 받나요
하늘에도 장애물이 있나요
내가 보기엔
여기고 허공 저기도 허공
똑 같아 보이는데
협곡이 있고 늪이 있고
울돌목이 있나요

봄 화포천의 기러기와 이별
김 익 택
저 기러기 가는 길을
내가 막고 있는 것일까
손 닿지 않는 까마득한 거리인데
오는 길을 돌려 멀어지고 있다
새싹 돋고 잎 피면 다시 못 볼 것같아
새벽부터 기다려 온 나를
적 같이 외면한다
그래도 혹시 돌아올까 물 안개피는
수로가 앉아 기다리는데
멀리 산 너머 붉은 해가 떠 오르고 있다

저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
김 익 택
보이는 건 마른 갈대와 앙상한 나무뿐
얼음 녹은 물길 외에 황량한데
자유로이 날이다는 겨울 철새들만 가득하다
저들은 어디갈까 저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
의문 아닌 의문이 가시지 않는데
내 얼굴을 스치는 영하의 바람이 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