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알고부터

 

김 익 택 





 

당신 이름 떠올리면

할 말이 너무 많습니다

잘 있을까 의문부터

그리움이 안타까움으로

안타까움이 

스스로 꾸짖는 

자책으로 끝날 때까지


하지만 

나에게 당신은 

언제나 타인

그래도 나는 

밤마다 하늘 별 우표를 붙여

어두운 공기 편으로 보냅니


나는 소리꾼

당신은 묵음

이슬이 소금이 되어야

비로소 당신이

내 말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때까지 

당신을 향한 나의 의무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배가 되지만

정작 나는 

당신이 어디서 살며

무엇을 하는 지 모릅니다


내가 아는 것은 

이 밤 

내가 숨 쉬고 있는 공기를

어디선가 그대도

함께 쉬고 있다는 사실

그것 하나만 위안이 될 뿐


내가 하는 것은 그리움 뿐입니다

 

당신을 알고부터

봄날에 피는 꽃은 죄다 아팠고

여름에 피는 꽃은 죄다 우울했고

가을에 피는 꽃은 죄다 슬펐고

겨울에 피는 꽃은 죄다 외로웠습니다

 

당신을 알고부터

봄에 우는 개구리와

여름에 우는 개개비

가을에 우는 귀뚜라미와

겨울에 우는 기러기 소리가

죽을 힘을 다해 부르는

구애 노래인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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