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진리
김 익 택
그림자가 아름다워야 진실한 삶입니다
무게도 없고 책임도 없고 추궁도 없지만
제각기 느끼는 삶들은
마음에 간장 독 하나 가지고 삽니다
소리도 없고 냄새가 없어야 아름다운 삶입니다
이 땅에 사람들이 남기고 간 것은
가슴에 이는 바람 아니면
아무 짝에도 설 때 없는 작은 돌멩이 몇 개
그림자 자취 깊은 곳
소금에 간을 절이고 음지에 인삼을 키우는 삶이란
내 안의 욕심 버리고 양심 담는 삶입니다
그늘은 더 넓은 흔적을 드리우는 법입니다
아파서 신음 소리 잦고
배고파서 울음소리 짖는 곳에
어느 마음 따뜻한 분이 지켜보고 있는 법
꼭 말하지 않아도 자연은 이런 저런 풍경으로
사실을 알리고 진실을 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담벼락의 믿음
김 익 택
거기 있어도 없는 듯
보듬어줄 손 없어도 안락한 어머니같이
말하지 않아도 얘기를 들어주는
어둔한 친구가 너였음을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알았다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아이
깊은 슬픔을 달래주는 어머니니 같이
아늑한 흙 냄새가 너였음을
가슴에 박힌 울음을 달래주는
돌이 너였음을 알았다
술 취한 사람 길 바닥에
침을 뱉어도 말하지 않고
집 나간 아이
담을 훌쩍 뛰어 넘어도 모른 척 하고
불효자식 집으로 돌아와 담 밑에 서성거려도
외면하지 않는 믿음이 너였음을 알았다
도둑을 지키는 일
내실의 소리 감싸 주는
문지기가 너였음 알았다
키 큰 총각 집안 동정 살필 때
목을 내주는 아량도 너였고
뭇 총각들 휘파람 소리 부엉이 소리도
눈감아 줄지 아는 너였음을 알았다
비바람에 묵묵히 다져진 인내
죽어도 입을 열지 않는 믿음이
너였음을 나중에 알았다
나를 위한 고백
김 익 택
사람이 사람처럼 보이기 전에
내가 내 마음을 안다고 하지 말자
물욕 앞에 흔들리는 마음
하루에도 수십 번 오락가락하다
기억너머 숨겨 둔 정의를
되새김질 하게 될 때
알면서도 흔들리는 마음
억지로 잊으려는 것은
또 다른 삶의 부정하는 것인데
사랑은 아니 되네
정의는 사랑을 알아도 모른다 하고
마음이 용기를 모른다 하네
눈에 보이지 않아
실체 없는 마음 바로 세우기는 정말 어려운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
나 밖에 모르는 양심 모르는 척 하자니
추운 겨울
돌 부리에 걸린
언 발가락 상처보다 더 시리고 아픈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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