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배롱꽃 필 때
김 익 택
삼성반월교 올라서면
저 멀리 푸른 산 능선
눈 아래 몇 백년 소나무들
발 아래 흐르는 물
구름 위를 걷는 듯
잠시 내가 선인이 된듯하다
대궐보다 웅장한 산문
화려한 단청에
내가 들어가도 되는 것인가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머리 위에 가지마다
낭창한 붉은 꽃송이가
전하는 말
무식해서 몰라도
눈으로 들어 오는 화엄경
가슴에는 법화경은 아닐는지
뜬금없이 생각나는 것은
김 익 택
우리들의 얘기
우리들의 약속
삶의 전부같이 믿었던
사랑과 우정
비 오고 눈 오는 세월
몇 십 년
즐겁고 외로운 날
뜬금없이 생각나는 것은
생각 없는 동물의 양심
아니라면
뜬금없이 생각나는 그리움
후회는 인간의 몫
잊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내가 나를 통제 못해
방황하는 것은
진리가 양심을 꾸짖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