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떨어질 때
김 익 택
물어도 들리지 않고
대답해도 듣지 못하는 소리를
귀 뚫린 바람이 눈치채고
마지막 먼 길을 돌아 세웠지요
부끄러운 일 아닌데도
행여 식상하게 보일까
떠남의 예의 잊지 아니하고
바람의 등뒤로 소리 없이 떨어졌지요
절벽에 핀 철쭉
김 익 택
꺾어야 가질 수 있는 꽃은
내가 갈 수 있는
거리에서 더 멀리 있다
내가 꺾지 못한 미련은
공간에 걸어두고 돌아설 때
뒤통수에 머무는
그 꽃이 더 아름답다
피어서 질 때까지
사람 아닌 바람이 꽃대를 꺾고
비가 울음같이
그 꽃을 삭인다 해도
내년 다시
너를 만난다는 기약할 수 없다
어서 내려가라고
붉은 노을이 어깨를 적셔도
미련이 남는 것은
소리 없이 부쩍 늙은
어머니 얼굴같이 아쉬움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