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장미
김 익 택
5월의 태양 아래
곱게 피는 장미는
바람불어도 예쁘고
비를 맞아도 해맑은
이팔청춘이다
그 색깔은
하늘을 닮아 맑고
태양을 닮아 붉은
그 빛은
죽어도 변함없는
사랑의 진리
천상의 메시지다
꽃의 미학을 안 그 즈음부터
김 익 택
길을 가다
예쁜 들꽃 꺾고 싶어도 아프지 안을까
가던 손 멈추게 되고
나무뿌리 계단 밟고 가야 하는 등산길
애써 피해가게 되고
산길 무덤 옆을 지나 갈 때
무덤 속 영혼에게 행여 실례 될까
하는 말 멈추고 사뿐히 걸어가는
나
삶에 양심 깨닫는 일
언제부터였던가
아마도
쉰을 너머부터였으리라
마시는 물
마시는 공기
따사로운 햇살
먹고 자고 입는 것에
절로 감사한 맘을 가진 것도 그 즈음
부모님 세대들이 죽고
드문드문 친구들도 죽고
젊은 나이에 몹시 아픈 사람들을 보면서
아직은 건강한 나
내가 모르는 저지른 잘못
내가 모르고 저지른 죄는
수시로 용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그 즈음
내가 받은 도움
내가 모르고 받은 도움은
깊은 고마움을 전하는 마음도 그 즈음
내가 아는 모든 삶
나를 아는 모든 삶
내가 모르는 모든 삶 그들과
더불어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을 가진 것도
그 즈음부터였으리라
지는 꽃이 삶을 말하다
김 익 택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저기까지
삶의 목표
계획대로 이루어지면
이세상 성공 아니한 사람 없겠지요
꽃은
내일 죽어도
오늘 꽃을 피워야 하고
사람은
천 년을 더 살아도
못다한 것이 더 많은 것이 삶이지요
목표는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사는 그 날까지
결과로 가는
아름다운 과정일 뿐
사랑
그것만으로
필요충분 할 수 있는 것이 삶입니다
5월은 상심의 계절
김 익 택
휘파람새 울음 따라
짙어 가는 오월은
먼 산은
푸른 옷을 갈아 입고
강물이 푸른 마음을 단장하는 계절이다
흩뿌리는 비에도
더 푸른 오월은
대지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대지로
고향이 그리운
물고기들 맘같이
장미보다 붉은
그리운 마음들이
어딘들 가지 못해
안달나게 하는 상심의 계절이다
꽃의 초대
김 익 택
저 꽃 이 꽃
드나드는 벌
서로 먼저 꿀 따려고
싸우는 일 없다
유혹하는 꽃은
언제나 그 자리
내 집에 오는 손님
귀찮다고
대문 잠그는 일 없다
찾아오는 벌 나비
단 한번도
내 치는 일 없다
내 집에 오라고
빛과 향기로 불렸으면
빈손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기쁨을 농축시킨 꿀
아낌없이 내 놓은 것이다
지금 이 시간
김 익 택
수많은 생각이 공기 속 입자처럼
떠돌아 다녀도 붙잡을 수가 없다
멍청한 눈에 보이는 청명한 날씨
눈 앞에 스쳐가는 수많은 자동차들
울긋불긋 화단에 꽃들
알록달록 등교하는 아이들
바람에 살랑대 푸른 가로수
모두가 싱그럽고 신선한데
내 머리는 그 무엇 하나 찾지 못하고
내 가슴은 뚜렷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휴식인가
휴면인가
기발한 생각
시린 느낌
꼭 붙잡아야 하는데
애상
김 익 택
문득
너 생각나면
왜
잊어지지도 않고
잃어버리지도 않는지
알다가 모르는
애틋한 아픔이 저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