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이 전하는 부처님의 자비
김 익 택
이른 아침
붉은 햇살
한 몸에 받고 피는
불갑사 꽃무릇은
부처님 자비인가
그 붉은 빛
가만히 바라보는
몇 초사이
불교를 모르는
내 마음이
절로 마음이 뜨거워진다
꽃 무릇 너를 보면
김 익 택
너를 보고 있으면
내 심장의 피 꺼꾸로 치솟는다
바람난 아기씨 치켜 뜬 눈같이
부품가슴 주체하지 못한 숫총각
외줄기 비명같이
정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너는 오죽할까
싫어도 도주 할 수 없고
좋아도 안주 할 수 없는
그 심정
가슴에 심장 없고
머리에 생각 없는
목석이 아니고는
무슨 말
사랑 생각 아니 할 수 없지
꽃 무릇의 그 의미
김 익 택
삶의 그 절정
내가 세상의 주인공같이
정열적인 우아함
사랑한다
좋아한다
들어내 놓고 말하여도
천박하지 않는 불꽃같이
속내 모두다 보여주어도
왕관같이 드러나는 위엄
그래 참사랑은
그런 것인지 모르지
너처럼
꽃무릇의 미소
김 익 택
곧은 외줄기
그 끝에
활짝 편 꽃술은
고운 여인
속눈섭같이
활짝 웃는
초동 아이
웃음소리같이
모자라는 사람
불편한 심기
활짝 웃게 합니다
꽃무릇의 불안
김 익 택
저 꽃술에 맺힌
이슬방울
이슬의 선물일까
꽃무릇의 눈물일까
어둠이 아니면
모두 잠든 새벽
행여
바람이 불까
들짐승이 지나갈까
쥐 죽은 듯 고요히
태양을 기다리고 있다
꽃무릇 빛은
김 익 택
파란 하늘 볼 수 없는
무수한 나무 그늘
그곳에
양귀비 속눈썹보다 더 짙은 꽃술
눈 웃음보다 심란하다
그에게
파란 하늘은
언제나 먼 소님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지나가도
태양은 언제나
눈인사보다 못한 짧은 윙크
마음 깊은 곳
님 그리움
참고 참아 승화된
한의 빛이 아니고서야
저렇게 붉을 순 없지
꽃무릇 애상
김 익 택
세상에 다시없는 님
도포 휘날리며 올까
님 기다리는 보름은
바람이 불면 아프고
비 오면 슬프다
1년 10년 100년
기약 없는
세월 흘러도 늙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연지 곤지 허물어지는
그 세월에는 변치 않는 것은
사랑 뿐이다
지난 여름은
김 익 택
그래
지난 그 무더운 여름은
고진감래라는 말 그냥 하는 말 아니었구나
들에도 산에도
땀에 익은 낱알의 구수한 향기가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걸 보면
가을에 토실한 낳기 위한 진통이었구나
죽을 만큼 무덥고
죽을 만큼 가물고
죽을 만큼 목이 타던 지난 여름은
삶의 진통이었지 죽음의 강요가 아니었구나
희망을 믿고 살고자 했던 의지 실험이었구나
귀한 줄 알고 어려운 줄 알고
아낄 줄 알고 고마운 줄 알라는
삶의 교훈이었구나
삶의 굴곡 속에서
믿어 의심치 않는
삶의 진리의 탐구였구나
꽃 무릇 너는
김 익 택
너의 얼굴에 맺힌
이슬방울
포동포동
예쁜 아가 얼굴
물방울 같아라
너의 곱게 뻗은
실오라기 꽃술
깜짝 놀라
눈 치켜 뜬
새 아씨
속 눈썹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