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때는




김 익 택




 

 

 

 

아마도 그때는

사랑이라는 마스크에 씌워졌나 봅니다

부모 가족 친구 모두 등진다 해도 그녀를 택했을 겁니다

그녀를 위해서 라면

죽음 그것마저 기꺼이 함께 할 수 있었으니까요

불꽃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말입니다

그때는 그랬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울증 우울증에 오랜 시간

부모 형제 친구 모두 더 아팠을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청춘이었으니까요

 

 

 








알다가 모르는 것이 마음입니다

 

김 익 택 

 

 

 

하루 24시간

하늘이 수 십 번 

마음은 

잠시도 제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실체도 없고

흔적 또한 없지만

수시로 변덕을 부립니다

 

적막처럼 고요했다가

태풍보다 격하게 변하기도 하고

소 걸음보다 느리다가

번개보다 빠르기도 합니다

 

그대로 두어도 가고

붙잡아도 가는

자유로운 영혼처럼

내 것 이어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이율배반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석류다

 

김 익 택 

 

 



알알이 터지는 보석처럼

참다 못해 터져 나온 울음보처럼

단 한번 입으로 물어 본 사람이면

그 이름만으로

생각 속에 샘이 솟는

쓴맛 신맛 단맛 짠맛은

떠난 사람 그리움보다 강하다

태양이 지켜보고

하늘이 약속했고

땅이 지탱해 준 시간 동안 

석류는

따뜻하고 시원한 기억과

비바람과 모진 추위를

결코 잊지 않고

삶이란 모름지기

쓰리고 아리고 달콤하고 아프다는 것

빛으로 향으로 맛으로 말하는 것이며

그 진리를

뼈를 깎아 사리를 만든 것이다









한잔 술 바로 너

 

김 익 택



 

 

 

술이 친구가 된다는 사실

언제부턴 알았던가

10년 전

아니 20년 전

아니지 30년 전

아니야 짝사랑인 줄 모르고

혼자 속 썩이다 병 나발 불었던 그때

그리고 지금까지

외로울 때 위로는

돌아가신 아버지도 아니고

결혼한 단짝 친구도 아닌

바로

바로 너

 


 






함께 - 2

 


김 익 택



 

 

 

살다 보면

나 혼자 보고 있기가 아깝고

나 혼자 즐기기가 미안한 

벅찬 감동이 있다

나 보다 더 소중한 사람

나 보다 더 걱정되는 사람

그녀를 보지 못한 날은

바람 앞에 등불같이 불안하고

그녀를 보지 못한 날은

내일 지구가 어찌 되지 않을까

함께 아니면 걱정밖에 없는

아름다운 기다림이 있다

 









길을 걷다 문득 뒤돌아보며

 

김 익 택



 

 

 

길을 가다 무심코

하늘을 쳐다보면

흰 구름이 솜처럼 깨끗해

유심히 쳐다 볼 때가 있다

 

문득 머리가 어지러워 고개를 숙이면

어딘지 모르게 부지런히 다니는

검은 개미 떼 행렬의 목적이 궁금해진다

 

그럴 땐 나는

이유도 없이 뒤돌아 보게 된다

사람들이 보이면 보이는 대로

보이지 않으면 

또 빈 길이 쓸쓸해 보여서

주위를 두리 번 그리게 된다

 

무엇을 생각했고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인지

조금 전까지 분명했던 목적을 잃어버린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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