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당 행복 바이러스

 

김 익 택

 

 

 

할아버지 하고

달려오는 아이

오냐오냐 넘어진다

천천히 천천히

웃으며 맞이하는

오백년 은행나무는

마음껏 뛰어 놀아라 라고

세상을 다 덮고도 남을

노란 은행잎을

온 마당에 펼쳐 놓았다

요기조기 여기저기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금시당은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꽃밭

아픔도 시름도

나 모르는 사이 치료하는

행복 바이러스가

금시당 마당에 흩날리고 있다

11월의 나무 잎

 

김 익 택

 

 

 

 

11월의 바람은

몇 잎 남지 않는

나뭇잎들을

잠 많은 아이

아침 잠 깨우는

어머니같이

처음엔 부드럽게 불다

나중엔 가지를 부러뜨릴 것같이

마구 흔들어 댄다

어차피 가야 할 곳

먼저 가서 준비하라고

어린아이 젖 떼 듯

냉정하게 뿌리치고 있다

흐느적흐느적

떨어지는 나뭇잎이

정말 학교 가기 실은 아이

발걸음같이 힘없이 떨어지고 있다

낙엽이 가는 길

 

김 익 택

 

 

 

누구에게

10개월은 수감생활이었고

누구에게

10개월은 천지개벽의 세월이었을까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그는

삶도 모르고 죽음도 모른다

몸 속에 집을 짓고 살아도 모르고

온 몸이 썩어도 모른다

내가 아닌 네가 나로 하여금

잉태하는 세월까지

불에 타면 한줌의 재가 되고

땅 속에 파묻히면 흙이 되어도 모른다

삶이 죽음 되고

죽음이 삶이 되어도

 

 

 

 

가을이 오는 길목

 

김 익 택

 

당신 오시는 날은

안개가 이슬이 되고 이슬이 비가 되어

대지를 촉촉히 적시고 나면

들판에 황금 산에는 단풍이 드네요

아 또 있네요

제비가 떠난 텅 빈 들판에 무서리가 내리면

기러기가 날아오네요

내가 나를 잊어도

내 몸에 피 돌기는 끊임없듯

그 자리에 눈발이 흩날리겠지요

아름다움과 감사

아쉬움과 쓸쓸함

당신의 떠난 빈자리에 삶의 교훈은

그 자리에 남은 사람들에게

삶의 방식과 삶의 진리를 깨닫게 해

다음 해 또 당신을 맞이하게 위해

열심히 노력합니다

 

아이의 감성

 

김 익 택

 

 

 

엄마

저 나무 잎이 내 눈을 아프게 해

 

저 나무가 왜

 

빨간 잎이 떨어지고 나면

추울 것 같아서 불쌍해

 

와우

우리 서정이 감성이네

그럼 하늘을 보렴

 

엄마

솜사탕이 떠 다니고 있어

우리 서정이 가슴에

온통 가을을 담고 있구나

 

가을이 하는 말

 

김 익 택

 

 

 

 

오는 것만 사랑 아니라

가는 것도 사랑이라 하네요

저 떨어진 도토리

저기 뒹굴고 있는 낙엽이

지난 삶에 고맙다고 하네요

있어야 하고 사라져야 하는 것이

희망이다 절망이다가 아니라

아침이 희망이면 저녁도 희망이지요

삶의 환 고리 일뿐

그러므로 가을은

삶의 연속을 위한 계절

봄의 이슬 가을의 이슬

여름 비 겨울 비

다르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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