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시당 지금은

 

김 익 택

 

 

 

 

선생님 생전에

논어 대학 중용 배우고 익히고자

사시사철 문전성시 이루었던

금시당 백곡재

 

지금은

글 배우고 익히려고 찾아오는 이

한사람도 없어도

 

봄에는 매화 여름에는 목백일홍

가을에는 은행 겨울에는 설경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저 낙엽

 

김 익 택

 

 

 

저 낙엽

오늘 바람에 떨어질 때까지

늘 하늘을 보고 있었지

따가운 햇살 쏟아지는 비 마다 않고

죽음이란 것 생각하지 않고

오직 삶만 생각했지

 

오늘을 내일처럼

금시당 은행나무

 

김 익 택

 

 

금시당님 심을 때

남 모르는 봉황의 뜻 있었는지 몰라도

음으로 양으로

존경 받고 사랑 받은 지

수 백 년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거기 서 있었던 세월

침묵이었지만 알 것 다 안다

 

눈 없어 책 한 권 읽지 못하고

귀 없어 듣지 못해도

올올이 다 겪은 몸

 

고을의 수많은 사람들

태어나 죽음까지

우람하고 무성한 잎 만큼이나

알알이 다 안다

다만 사람들이 몰랐을 뿐

 

은행나무와 문득 스치는 생각 하나

 

김 익 택

 

 

저 은행나무에 기대어

웃고 있는 연인을

말없이 포용하는

은행나무의 사랑을 알까

 

오래 살아서 존경스럽고

우람해서 놀라운 그 것 외

 

산다는 것은 즐거움 보다

많은 것이 시련인데

그 역경 꿋꿋이 이겨낸 삶 알까

 

살면서 겪게 되는

오만가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다정한 오늘처럼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

저 연인은 알까

 
 

은행나무 그대는 행운 목

 

김 익 택

 

 

 

천년을 한결같이

죽음을 밥 먹듯이

태풍 한파 가뭄 폭우

수 천 번

살아남은 것은 차치 하드라도

 

당쟁과 전쟁으로

못 볼 것 보고

억울한일 수만 번을 보았어도

오직 침묵

 

거기 그 자리에서

백년을 살고 천년을 살아서

삶들에게 느끼게 하는 메시지

 

튼튼하게 자라서 기상으로

보여주고 인내로 보여 줘

삶으로 존경받고 삶으로 치유하는

행운 목 아니던가

 

 

은행나무의 포용성

 

김 익 택

 

 

 

 

연인 모습만 아름다운가

다정한 우정도 아름답다

아이 웃음소리만 아름다운가

가을오면 찾아오는 사람들

제 새끼 반겨주는

할미같이

그들 모두

넉넉하게 포용하는

저 은행나무도 아름답다

저 낙엽의 보시

 

김 익 택

 

 

 

 

제일 다하고 난 뒤

가을 오면

제 가슴 불태워

의심없이 떨어질 때까지

 

휘몰이치는 비바람에도

대지를 태우는 불볕 더위에도

죽었으면 죽었지

고개를 숙인 적 있었던가

 

긴 겨울 가진 것 하나 없이

나목으로 살아서

새 봄 다시

나를 위한 삶이

너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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