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자 열매 노란 인정
김 익 택
해마다 작은 추석날이 되면
집집마다 부치던
파전 부추전 호박전 해물전
노랗게 물들였던 치자열매
노릇노릇 익어가던
고소한 냄새와
자글대며 탁탁 튀는 소리는
배고프던 아이들의 식감 대만족이었지요
손으로 푹푹 찢어
까만 조선장에 찍어 먹으면
추석맞이 맛보기 다름없었지요
그 맛 그 추억은
잃어버릴지언정
잊을 수 없는
그 시대 사람 아니면 모릅니다
네 집 우리집 다 있어도
나눠 먹었던 그 시대 인정이
이 시대가 부르짖는 이웃 사랑이
그만 할까요
사랑아 지금 어디
김 익 택
사랑아 내 사랑아 어디 있나요
밤마다 찾고 날마다 찾고
평생 찾아도 보이지 않네요
귀먹고 눈멀어도 들리는 하나님 음성같이
숨쉬는 곳이라면 바람 불고 비는 내릴 터
영혼만 아는 저 세상 아니 있다면
그대 부르는 소리 들리지 않나요
사랑아 내 사랑아 어디 있나요
첩첩 산골 교회에서 로마교황청에서 설교하는
하나님 말씀 같다면
내가 그대 부르는 소리도 같습니다
그대 어디 있나요 마귀의 꼬임에 속았나요
그대를 부르다 죽는다 해도 멈추지 못하는 나를
그대 알 잖아요
오늘도 어제같이 그제도 오늘같이
태양은 떠오르듯이 그대 내 가슴에 빛입니다
그대 어디 있나요 사랑아 내 사랑아
내가 눈 멀어 못 보고 있나요
그대가 나를 잊은 건가요 그도 저도 아니면
내가 딴 세상에서 살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그대 정말 다시 올 수 없는 곳
설마 그곳은 아니겠지요 그럴 리 없습니다
그랬다면 꿈속에서 만났겠지요
그대여 어디 계시나요
내 사랑하는 그대여
내가 살아가는 이유
김 익 택
내가 존재하는 이유 내가 살아가는 이유
유아독존이고 세상의 삶 구제 아닙니다
그 이유 신의 경지를 넘나드는
그분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세상에 평범한 티끌 하나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희망은 원대합니다
진실의 숲에서 부는 작은 바람이
모여서 하나되어 전 삶에 생명을 불어넣는
나비효과 될 수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이 땅의 모든 삶들은
나 만을 위한
사랑할 이유 행복할 이유 아니라
내가 살고 있음은 네가 살 수 있음입니다
삶의 경쟁은 필수불가결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노력의 대가의 결과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전쟁은 정의를 위해 하고
자유와 평화를 위해 해야 하는 것이지
나 만을 위해 내 나라만 위해 잘 먹고 잘 살기위해
하는 것 아닙니다
진실이 거짓이 아니되는 이상
노력의 그 대가는 삶의 가치로 충분합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의식을 가지고 이 땅에 존재한다는 것은
누렸던 권리 그보다 많은 갚아야 할
무한한 책임과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모르는 바보
김 익 택
잘 가라는 말 준비한 것 아니지만
보고싶다는 말 대신하고 말았어
솔직히 말 해봐야
돌아올 너 아니었기에 미움 먼저였어
너를 보니 눈물이 나
가슴이 아픈데 안 아픈 척 꾹꾹 참았지
사랑할 때 자연스러워 몰랐지만
이별은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닌데
자존심은 필요 없다고
매달려도 보고 애원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사랑한 사람의 최소의 예의인데
그렇게 해야 후회 없을 것 같은데
돌아서면 당장 후회할 일을 스스로 잘 알면서
그것이 안돼
이별이 후련하다면 그것이야 말로
참 사랑 아닌데 난 그러고 말았어
남자다운 일 아닌데 남자다운 척
간절한 마음과 달리 행동이 따르지 않았어
난 참 바보 야 사랑을 모르는 바보
사랑하는 사람 눈 앞에 두고 붙잡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