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매 꽃망울의 미소
김 익 택
이세상에 없는
저 세상의 어느 여인 속 눈섭이
저처럼 매혹적일까
분홍빛 꽃망울에 치켜 뜬 노랑 꽃술이
보고 도 봐도 아쉽다
제 자식 아이의 눈웃음이
저처럼 아리울까
세상을 밝히는 관음의 미소가
저처럼 지혜로울까
내 잔머리를 아무리 굴러도
그대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다
통도사 홍매화 앞에서 - 1
김 익 택
통도사
홍매화 앞에 서 있으면
보는 내가 나에게
양심을 아니 물을 수 없다
언제 단 한번
내 마음이 저렇게 맑았던 적 있었던가
내 스스로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통도사
홍매화 앞에 서 있으면
첫사랑처럼 설레고
아이 웃음소리처럼 맑아서
내가 그 자리에 서 있다는 자체가 미안해서
하늘이 보이지 않는
검은 우산을 쓰고 가야
예의 일 것 같다
통도사
홍매화 앞에 서 있으면
지은 죄 생각나지 않아도
양심을 되돌아보게 되는
내 안의 거울을 들여다 보게 된다
통도사 홍매화 앞에서 - 2
김익택
매화꽃이 맑은
새 봄
바람 때가 묻은 고풍스런 영산전 문 창살 앞에서
홍매가 예뻐다고
수련대는 사람들 소리
새소리같이 맑고
산수유 꽃이 포근한
새 봄
기와 골이 가지런한
영각 수막쇠 처마 밑에서
산수유 빛이 곱다고
소곤대는 사람들 소리
병아리 소리같이 귀엽다
통도사 홍매화 너는 어디서 왔는가
김 익 택
세상천지 흑백 추위밖에 없는 계절에
맑고 밝게 피어서
은은한 향기로 사람을 부르는
너는 어디서 왔느냐
사방천지 흑백 바람밖에 없는 계절에
고귀한 분홍빛으로
뭇사람 움츠렸던 가슴에
허심을 묻고 양심을 묻는
너는 또 어디서 왔느냐
세상의 삶이란 삶 꽁꽁 어는 계절에
눈 코 귀 입을 하나로
보는 이 누군들 절로 감탄케 하고
아팠던 삶 환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너는 도대체 어디서 왔느냐
매화의 꿈
김 익 택
살아 봐야 기껏 백 년
문밖 거동이 불편한 米壽 나이에
메마르면 온몸 부르트고
비 맞으면 부스럼이 온 몸 파고들어
삭신이 아파도
약속은 약속이고
삶은 삶이어서
기어코 피고 마는 그대는
삶의 가르침 책도 아니고
성인의 가르침 아니어도
보는 이의 가슴에
자연의 이치
삶의 진리 하나 깨닫게 하는
불경이며 성경이다
매화의 교훈
김 익 택
몸 늙어
허리 뭉개지고
팔다리 썩어 부러져
남은 것은
혼 뿐
죽어도 꼭 지키겠다는 약속같이
손 마다마다 터뜨리는 꽃 망울
애틋하게 저미고
안타깝게 여미는
빛과 향기
저렇게 싱그럽고
저렇게 향기로운 것은
삶의 고귀함
생명의 존귀함
천상의 가르침
그 밖의 또 무엇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