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홍매화 - 01
김 익 택
떨리는 손 잡아주던
따스한 눈길같이
배고플 때 한입 베어먹는 사과 맛같이
처마 밑 찬바람 맞으며
하얀 눈 머리에 이고 핀
통도사 홍매화
자장율사
경보
성철
큰스님 깨달음 말씀같이
호통이다
참말이다
진실이다
배품이다
사랑이다
통도사 홍매화 - 02
김 익 택
코끝이 시린 이른 아침
법당 문을 마주보며 피는
통도사 홍매화는
나 홀로
근심수심 닦는 스님
큰스님 법문에 깨어나듯
환한 미소같이 해맑다
통도사 홍매화 - 03
김 익 택
검은 골기와
어둠 걷고 일어나
법고가 귀 밝히면
어두운 가슴 두드리는 소리소리
숨어있던 번뇌
바람결이 아니어도 속속들이 들춰내는구나
하얀 문풍지 틈 사이로
바람결 흐르는 곳마다
낭랑한 염불 소리 엿듣듯이 피어나고
눈감아도 깨어있는 선방 묵음에
행여 방해될까 빛으로 피어난다
시린 가슴 닦아 나를 찾는 고뇌같이
아프고 외롭고 괴롭고 그리움을 이겨낸
덕음같이 밝고 맑고 붉게 핀다
통도사 홍매화 - 4
김 익 택
바람은 하루가 느긋해도
통도사 홍매화는 하루 해가 짧다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
눈에는 미소가
입에는 와 소리가
끓어 지지 않는다
저 꽃 보고 있는 사람들
언제 근심걱정 있었던가
한 사람 얼굴 밝지 아니 한 사람 없다
극락세상 꽃이
제 아무리 아름다운들
저 아름다워 하는 사람들 얼굴만 할까
극락세상 말씀이
제 아무리 감동스러운들
저 사람들 입에서 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소리만 할까
통도사 홍매화 - 5
김 익 택
통도사 홍매화는
겨울내 아팠던 피 멍인가
피 빛 보다 붉다
먹빛 흐르는 밤
법당 연꽃 문살 기대어 위로 받고
매서운 밤바람에는
흰 벽에 앉아 참선하는
달마대사 눈빛으로 전해들은 설법에
나를 찾았는가
푸름 없는 이른봄
가슴에 도는
피보다 더 맑은 꽃을 피워
물같이 소금같이 중생들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