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봉 아침 풍경
김 익 택
지난 밤 편안 했느냐 지난 밤 잘 잤느냐
소리 없는 태양의 물음에
구름이 알리는 붉은 빛이
남녘 산하 얼굴을 밝힌다
두 귀를 쫑긋이 세운 마이산은
이미 온몸을 불 태웠고
임실 고을을 품은 옥정호는
이부자리가 도탑다
국사봉을 넘나드는 하얀 구름
천하를 뒤집을 듯 옥정호로 쏟아져 내리고
보일 듯 말 듯 구름속에 놀고 있는
붕어 섬은 옥정호가 하늘인양
마을 불빛이 하늘의 별이 되어 반짝인다
그들이 펼치는 무대 20분
주인공도 내내 침묵해도
관객은 입 다물지 못하게
구름속의 국사봉 전망대는
꿈속의 영화루인양 아름답다
국사봉을 내려오며
김 익 택
이 산길이 오늘이 마지막인가
산길을 내려오며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오르지 못할 것 같은 체감하는 건강
그래도
좋은 날 좋은 환경이 주어진다면
앞으로 한번 더
살다가 가져가지 못할 꿈
남기고 싶은 욕심 아니라 의무라는 생각
내 뇌리에 동양화가 그려진다
옥정호의 소나무 느낌 둘
김 익 택
믿음은 있어도 속임은 없었던가
고독은 있어도 절망은 없었던가
평생 투박하고 질박한 삶은
세월이 만들어준 고귀한 유산
빈약함이 인내를 만들었고
삶을 위한 삶이 희망을 만들었다
홀로 야간 산행출사
김 익 택
산 오를 때 기대하는 풍경
오늘 맞이하기를
어두운 밤 발걸음에 묻고
호흡이 가파를 때마다
보상이 있기를 바라는 맘
잡념도 끼어들 수 없다
자정에서 출발해서 도착한
옥종호 전망대 주차장
새벽3시30분
홀로
달빛을 머리에 이고 오르는 산행
미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
멧돼지가 나타나고
귀신이 나타나면 어쩌지
피로가 절정에 다다르면
될 때로 되겠지 극도의 피로감에
무섭지가 않다
건강한 청년이라면
30분이면 충분한 산행길이
천신만고 끝에 올랐다
마침내 눈 앞에 펼쳐진 옥정호는
고봉 쌀밥같이 구름이 가득하다
삼각대를 설치하는 것도
허리가 펴지지 않고
머리가 어지러워 고개를 들 수 없어
마루바닥 누워 30분
지난해 이맘때 40대 중년 여인
산행하다 죽은 남편 찾아오느라
엉엉울며 계단을 오르던 모습
눈에 선하다
나이를 의심해도
건강을 의심하지 않았던 나
고작 30분 산행에
몸 전체가 풀어져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나
기고만장 용기에 쓴 웃음이 나왔다
운해에 내 맘을 싣고 01
김 익 택
너는 나를 보고 있는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고
무엇을 나누고 싶은 것인지
내 맘에 그려지는 바람은 있어도
네 생각이 궁금하다
네가 지나가면 길이 되고
네가 사라지고 나면 산이 되는 풍경
시작이 어디서부터 되고
언제 끝날 것인지 모르는 풍경
너의 행위에 내마음을 붙여
더 많은 구름 더 많은 흘러가를
욕심을 부려본다
운해에 내 맘을 싣고 02
김 익 택
흐르는 듯 머무는 듯
날개 없는 비행이
참 고요하기도 하고
가는듯 마는 듯
발 없는 걸음이 참 곱기도 하다
길 없는 길을 가는 너는
천상의 나그네가 아닌가
네가 가면 길이 되는
네 우주에
내 작은 꿈 하나를 담아본다
운해에 내 맘을 싣고 03
김 익 택
소리 없는 폭포수 소리를 들어 보았는가
하늘에 출렁이는 바다 파도를 보았는가
믿고 싶고 기대고 싶은 믿음이
일시에 일어나고 일시에 사라지는 것이
사람 마음만 아님을
저 산하에 흘러가는 구름
영혼을 넣지 못해도 마음을 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