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 철 생산
김 익 택
1000°C~1200°C
한계를 너머 인계점 에서
녹아 내리는
황금 빛 쇳물
창 칼 방패 병기를 만들어
나라를 지키고
괭이 낫 도끼 호미 농기구를 만들어
농사를 지어 정착 할 수 있었던
획기적인 삶의 전환점
철 생산
2천년 전 가야국
그 뜨거운 정신을 이어받아
2020년 지금 우리나라는
배를 만들고 비행기를 만들고 빌딩을 짓고
공장을 짓고 병기를 만드는 산업 선진국
어머니 모유보다 아름다운
붉은 쇳물이
줄줄 흘러 내리고 있는 것을 보며
얼마나 반가웠을까
한줌의 철을 생산하기 위해
가마에 불을 붙이고
풀무질을 하고
쇳물을 두드리고 또 두드려
병기와 농기구를 만들었을
조상님을 생각하면
고맙다는 말 아니 할 수 없다
문명의 이기
김 익 택
집을 찾지 못해
네비게이션에게 길을 묻는다
오른쪽으로 가세요
그리고 삼 백 미터 앞에서 왼쪽 열 시 방향으로 가세요
네비게이션 없을 때도 지도 보고 잘 찾아가던 나
스마트 없을 때 수 십 개를 줄줄 외웠던 전화번호
스마트폰 잃어버리자
집
아내
딸 전화번호를 몰라 당황한다
아!
큰일이다 큰일
절로 터져 나오는 탄식
진보 속에 퇴보하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
편리한 것이
나를 잊게 하는 문명의 이기에
내가 나를 나무란다
심지어 아파트 비밀번호를 잊어
당황하는 나
스마트폰에 저장된 수많은 정보
무용지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지옥이 다름없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버리지 못하는 나
검색하고 찾고
보내고 받고
구경하고 즐기고
이미 마니아 되 버린 지금
구속 아닌 구속
속박 아닌 속박
심취 아닌 심취
잠시도 내 손에서 벗어나면
불안하다
갑갑하다
답답하다
삶이란
김 익 택
팽이는
쳐야 돌아가고
바람개비는
남쪽 북쪽
동쪽 서쪽 가리지 않고
바람이 불어야 제 삶을 산다
모진 비바람
세찬 눈보라에
미친 듯이 돌아가도
돌아가야 사는 것이다
멈춤은
휴식 아니고 삶 아니다
바람개비의
평화로운 삶은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 것이고
돌아가야 미래가 있는 것이다
잠 잘 때도 쉬지 않고 뛰는 심장같이
생활박물관
(쇠부리시험장)
기쁨보다 아픔 많은 도구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다
논 갈고 밭 메고 베고
쇠를 녹여 달구고 망치로 때리고 펴서 만든 연장
퍼 담고 등짐지고 나무로 만든 도구들
닳고 닳아야 제 몫을 했던 농기구들
유리관 속에서
바람도 멈추고 습기 잃은 시간 속에서
깊은 휴식 아닌 휴면의 생을 살고 있다
손떼 묻은 시간보다 빨리 잊는 사람들은
향수를 얘기하고 추억을 얘기하고
돌아 갈 수 없는 먼 시간을 돌아가
쉬이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