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며
김 익 택
하나 둘 떨어질 땐 몰랐다
후루루 떨어지고 난 뒤
앙상한 나뭇가지
그가
웃다가 울다가
영원히 하나 될 수 없는
땅에 떨어진
낙엽을 바라보고 있다
세상 이치를 수행하는
사나운 바람이
어수선한 낙엽을 회오리 치고 있다
어디로 가는가 묻는 다면
김 익 택
어디로 가는가
묻는 다면
너는 알아도 나는 모르지
내가 아는 것은
살아서 아름다운 삶이었다면
죽어서도 아름다운 삶일 것이라는 믿음 뿐
평생 고생해서 가꾼 열매
땅에 떨어져 썩을지라도
내가 가지지 않는다는 것
물려주고 간다고 하지 않고
희생하고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지
다만 내가 남긴 삶의 결실을 누군가
삶의 양식 되고 바람이 된다면
만족할 뿐
생각해 보면
김 익 택
항상 나만 생각하고
나를 위해 살아 온 삶
저 떨고 있는 나무 잎의 의미를
되새겨 본 일이 몇 번 있었던가
생각해보면
저 나뭇잎도 봄부터 지금까지
좋고 아름다운 것 닮고 싶어하고
언제 어디서나 주인공이 되고 싶었을 터
봄의 꿈은 찬란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저 떨고 있는 나뭇잎에게 가을 아침은
반가운 이면에
뒤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두려웠을 지도 모르는 일
지나 온 삶을 사랑하고 그리워했을 것이다
찾을 수 없는 과거를
그렇게 생각하고 믿지 않으면
내 자신이 슬퍼져
이 가을 발걸음이 남긴 자취는
슬퍼도 찬란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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