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지 재두루미
김 익 택
저 두루미
상공 6천미터
영하 10°c
칼 바람 속 2천킬러미터 날아
찾아온 땅 창원 주남지
보이는 것은
황량한 들판과
삭막한 공장건물과 꽁꽁 언 저수지
그곳을 넘나들며
종일토록 잠자지 않으면
뭔가 열심히 쪼고 있다
온 몸 꽁꽁 둘러싼 채
엄마 손잡고 철새 구경 나온 아이는
바리게이트 그 너머
식별 불가능한 거리에서
눈 찡그리며
시베리아서 온 진객 어디냐며
묻다 실망하며 돌아가고
모자라는 먹이 두고
큰 날개 펼치며 부리로 쪼고
뾰족한 발 갈퀴로 할퀴고
괴성 지르며 싸우는 모습
보고 있으면
옛 시인 어느 분이
고고하다 우아하다 말씀
언어 도단 같아
그저 처연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