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외딴 집
김 익 택
구릉진 언덕에
홀로 서 있는
집 한 체
바람 쉬었다가 가고
구름이 쉬었다 가는
그 집은
미아같이 외롭다
그 집 주인
언제 무슨 사연이 있어
떠났는지 모르지만
벽에 기댄
녹이 쓴 농기구
부엌에
흩어져 있는 살림도구
땅에 묻혀
낡을 대로 낡은
비료 포대 비닐
지붕 위에 하얗게 쌓인 눈
처마 밑 고드름
부서진 맏닫이 문 넘어 안방에
눈 발 날리는
그 외 딴집은
추억 지피는 향수같이 아름답다
눈 내리는 장성에서
김 익 택
바람이 노는 길에
흰 눈이 달려간다
들판 집 소나무 전신주를
가리지 않고
천진난만하게 달려간다
걸어가는 사람
가만히 서 있는 나무
가리지 않고
평화의 사신같이 달려간다
병든 들판
병든 공장
병든 집
병든 나무
흰 연고같이 바르고
흰 붕대같이
하얀 이불같이
온 대지를 포근히 덮고서
잠을 자야
꿈을 꾸는 세상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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