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와 나 사이

김익택

 

 

 

너를 내 가슴에 담으려고

무던히도 애썼는데

아직도 너는 나같이 않다

 

너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이해와 설득력을

모두 내려놓아도

너와 나 사이

예술의 틈을 좁힐 수가 없다

 

만족은 아쉬움이라고 해도

너의 이름 앞에

나의 이름은 고유명사

보통명사가 되지 못한다

알지

김익택

 

 

 

저건 바이올린 연주에 취한 행동

저 발레는 무아지경에 빠진 행동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음악을 아는 사람은 알지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많음을 앎을 알고부터

경제력이 예술의 차이를 만든다는 것을

 

저 땀에 흠뻑 젖은 노동자

물을 벌컥 이는 행동은

먹고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굶주려 본 사람은 알지

 

그런데 말이다

노동이 최고의 건강이고 배움이고

가르침이고 예술이라는 거

고통으로 단련되고 고뇌로 열린다는 거

 

기술이 지혜로 가는 길은

생각과 의지와 믿음

천 갈래 만 갈래라는 걸 알지

 

 

 

 

꿈의 공작소 까페에서 01

김익택

 

 

 

커피보다 감미로운 음악은

쉴 새 없이

내 귀에 실어 나르고

내 코를 스미는

커피 향 초대는

목적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의 그리는

수채화 넘어

작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연인 젖은 두 어깨가 다정하다

 

약속도 없이 기다리는

지난날 청춘이 같이

창밖 테라스 테이블 위에

봄비가 추는 춤이 외롭다

꿈의 공작소 까페에서 02

김익택

 

 

 

작은 우산 하나를 쓰고 가는 연인

남자도 여자도 우산 밖으로

두 어깨가

비에 젖어 번질번질하다

 

네가 내 신발을 밝을까

내가 네 신발을 밟을까

서로의 배려가

양쪽의 어깨를 더 적신다

 

그 연인들이 눈에 사라지고

아스팔트에 눈을 떼지 못하는

내 뇌리에

 

묻지 못해도 아는 연인의 모습이

있어도 없는 것 같은

지난날이 뇌의 허공에서 떠돈다

매화를 담고 나서

김익택

 

 

 

 

내가 너에게 잘못 한 일 없고

너는 불평하지 않아

내 감정이

너 감정 같지 않음을 몰랐을까

 

집에 돌아와 너의 표정 살펴보니

너의 아름다움은 몰라도

감정을 담지 못해

얼굴은 파리하고 말은 힘이 없다

 

무례한 부탁 할 수도 없고

해도 들을 수없는

너와 나 사이 모르는 바 아니라서

감정 상할 일도 없어

생각의 빈자리를 알 수 없다

 

잘못이라면

좋아한다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보살핌과 배려가 부족했다는 면 몰라도

싸운 것도 아닌데

네 얼굴에 감정이 없다

 

너를 다시 만나려면 일 년 후

10년을 넘게

너를 만나면서

단 한 번도

네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그 해답 찾지 못하면

네가 먼저 하늘나라 갈지

내가 하늘나라 갈지 모르는 삶

그 생각하면

지금까지 진실했던 내 맘이 씁쓸하다

매화 그늘에 앉아서

김익택

 

 

 

매화 피는 그늘에 앉아

퇴계 님을 떠올리고

김삿갓님을 생각해 봤어요

 

매화에게 두 분은

어떤 분이

벌였고 나비였을까요

 

한 나무 한 가지에 봉오리를 맺은

그 위에

일찍 핀 꽃이 지고 있는 것을 보면

 

긍정과 부정 사이는

가까우면 멀고 멀면서 가까운

공간과 시간의 사이 아닐까

금시당 백곡재 매화 아침 인사

김익택

 

 

금시당 백곡재

대문을 열어 놓아도

마루는 먼지가 뽀얗고

방문은 굳게 잠겨있다

 

금시당 백 곡재 매화는

집은 있어도

주인은 없는

대문 앞에서

마루 앞에서

방문 앞에서

지난밤 잘 잤는지

아침 인사가 싱그럽다

 

충절은 올곧고

의리는 변함없는

인품같이

삼백 년 한결같이 피고 지고 있다

 

금시당 백곡재 매화의 진심

김익택

 

 

 

겪어서 더 많이 쌓은

서고에 서적같이

뿌리는 정신이 되고

고목은 세월이 되고

핀 꽃은 사랑이 되고

향기는 베풂이 되어서

 

작아서 넘치지 않고

소박해도 작지 않은

지혜의 빛이 되고

실천의 양심 되어서

만물이 생성하는

봄의 계절에 문을 열고 있다

세월의 시간에는

김익택

 

 

 

백 년 매화나무 잔가지도

저마다 운명이 있지

뿌리도 큰 가지도 어쩔 수 없는

꼭 내가 해야 하는

제 갈 길이 따로 있는 것이지

 

 

너는 사랑을 해봤어

나는 결혼해 봤어

 

너는 헤어져 봤어

나는 이혼해 봤어

 

너는 젊어 봤어

나는 늙어 봤어

 

들어서 아는 것이 아니라

겪어봐야 하는 아는

그 차이는

삶은 단계가 있지

실력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사랑했지만 사랑이 아니었어

김익택

 

 

 

눈물을 흘려도 흔적 없고

말해도 들리지 않는

꿈에서 만나 꿈으로 끝나는 건

사랑을 해도 사랑은 아니야

 

꿈을 꾸는 건 좋은 일이지만

이루어지지 않아

사랑은

아프지 않을지라도 슬픈 일

 

그 보이지 않는 사랑의 무게가

압박이 되어

삶의 용기를 잃게 하거든

사랑했지만 사랑이 아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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