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그대는
김 익 택
피어도 향기 없고
저도 열매 없는
그대는
하늘이 내린 겨울의 선물
그대 순백의 미학은
거짓도 거절할 수 없는
순수 결정체
소복소복 쌓인 모습은
아이 웃음소리같이 맑고
제 새끼 바라보는
아비의 가슴같이 밝아
종교같이 성스럽다
그대가 내리는 세상은
그 어디든 온통
사랑밖에 없고
아름다움 밖에 없다
눈길을 걸으면
김 익 택
외로운 눈 길은
발자국이 친구인가
말 걸어 주지 않아도
반갑다고
도장을 쿡쿡 찍어며
따라오고 있다
눈꽃피는 사나흘은
김 익 택
추워야 활짝 피는
눈 꽃은
나무의
수종을 가리지 않고
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가지에
쌓이면 꽃송이 되고
떨어지면 지는 것인데
피어서
질때까지
태양은
운명의 저울질
피어서 질 때까지
운 좋은 사나흘
짧아서일까
질 때면 흔적없이
눈물로 지운다
일찍 핀 진달래 에게
김 익 택
낮에는 포근해도
조속으로 변하는 날씨에
섣불리 꽃피운 진달래 얼굴이 질렸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꽃을 피운다는 것은
그만 한 목적이 있어 있을 터
걱정은 하지만
도움되지 못하고
미련만 두고 가는데
추우면
감기 걸릴까 얼어 죽을까
걱정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저 진달래는 알까
눈꽃 앞에서
김 익 택
내 눈에 비친
저 하얀 풍경
아름다움을
기억해야 하고
순수를 간직해야 하는데
공감할 수 있는
구실을 찾아야 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내 작은 가슴이
소리로 다 담을 수 없고
글로 다 담을 수 없고
마음으로 다 담을 수 없다
와
아름답다
그 말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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