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암 된장 맛은

 

김 익 택

 

 

 

 

매화 향이 그윽한

그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운암 장독

된장이 맛있는

그 이유

아! 이제 알았다

매화 향이

된장에 스며들고

할미의 정성을

바람이 알고

햇살이 알아

어둠의 시간에

익게 했다는 사실을

서운암 장독은

 

김 익 택

 

 

 

 

 

 

3월이어도 산속은 2월

가는 바람 오는 바람

행여 부정 탈까

매화 향이

장독대를 에두르고 있다

 

그래도 못 미더운 할미는

일년 양념 잘 못될까

솜 털옷으로

완전무장하고

장독을 지키고 있다

서운암 부부 공작 소나무

 

김 익 택

몇 백 년을

입을 꽉 다물고 있으니

그대 속마음을 누가 알까

 

겨울 눈 보라

여름 태풍에도

까딱없이

몇 백년을 견뎌왔으니

 

올해도 예년처럼

건강 한 줄 알았지

아니

매양 청춘인 줄 알았지

 

네가 잎 마르고

가지가 부러질 줄

누가 알겠니

 

네가 부부처럼

우람하고 우아하게

서 있는 모습

 

세한도가 부럽지 않고

정이품도 부럽지 않는

한폭의 풍경화

 

너를 아끼고

사랑했던 사람들

몇 십 번

세대 교체를 한 뒤

 

한 2천년 더 살아서

아프고 지친 사람들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인데

 

 

서운암의 장독의 쌓인 눈

 

 

김 익 택

 

 

 

 

저기 까만 독에

익어가는

간장 독 위에 쌓인

고봉드리 하얀 쌀밥은

어느 분의 선물이기에 꽃같이 탐스러울까

태양 비추면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사라질

짧은 운명

땅으로 스며들어

새움의 생명이 되기까지

한줌의 삶

그 눈물의 의미를

긴 세월 독에 갇혀

스스로 까맣게 속을 태워

삭이고 졸이고

마침내

오직 너를 위해

깊은 맛을 우려내는

된장 간장이 아니고는

누가 알까

 

 

 

 

서운암 공작송 1

 

김 익 택

 

 

 

 

소리없이 쌓이는 눈

도타운 정같이

발목을 붙잡는데

 

두루마기 차려 입고

눈 오는 산길

어딜 가시는 가

 

눈발은 가지말라

말리는듯

더욱 세찬데

 

산도 들도 길도

온통 하얀데

묵묵히 앞만보고

걸어가고 있네

 

서운암 공작송 2

 

김 익 택

 

 

 

 

 

저 소나무

살아온 세월

오백년

한결 같이 다정한 모습

 

죽어도 변함없는

천상의 부부 표상인가

 

이 땅의

어느 선비가

저처럼 늠름하고

어느 아낙이 저처럼 우아할까

 

보면 볼수록

우려나는 존경심

어느 시대

왕자가 그만하고 왕비가 그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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