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피는 계절에 사월은

김익택

 

 

소리 없는 아우성같이

그대 피는 사월은

조용히 고요히 피어

채우지 못하고

위로하지 못한

우울한 가슴을

그대가 훤하게 웃게 하고 있다

 

벚꽃과 봄비

김익택

 

 

벚꽃 천하 사월

궂은비기 이틀 내리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그만 내리라 하고

초록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웃고 있다

 

오면 가는 것이 있듯이

사월은 하루가 다르게

새로움을 제공하고 있다

 

서운하지만 부듯한 가슴을 안고

공연장 문을 나서는 사람들 같이

 

내라는 비가 푸름을

빨리 채우라고

메마른 대지를 적시고 있다

벚꽃 떨어지는 모습

김익택

 

 

바람이 흔들지도 않아도 떨어지는

벚꽃

흰나비가 되고 싶었던가

떨어지는 모습

날개가 없어도 나비 같다

 

빛이 비추지 않아도 반짝이는

벚꽃

보석이 되고 싶었던가

떨어지는 모습

임자 없는 다이아몬드 같다

 

바람이 흔들지도 않아도 떨어지는

벚꽃

술에 취하고 싶었던가

떨어지는 모습

정신없이 취한 사람 같다

벚꽃비를 맞으며

김익택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면 과거를 모르듯

저 벚꽃 화르르 떨어지고 나면

돋아나는 초록 잎은 꽃의 영광을 알까

이렇듯

내가 몰라도 네가 알고 내가 알아도 네가 모르는

과거 속에 사는 기억은

대게는 아픔까지 수용하는

치유라는 아름다운 선물을 가지고 있다

시간을 이기는 삶이 있지 않는 한

삶은 주어진 환경을 사랑할 수밖에

해가 뜨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것은

삶의 활력소

그 이상만 있을 뿐 그 이하는 없다

벚꽃이 피는 보름

아름다움을 안겨주고 흙으로 돌아가지만

남겨 둔 추억은 내일의 희망

흐느적 흐느적 떨어지는 하얀 꽃잎을 바라보며

고마움 하나 가슴에 심어본다

너 때문에 올 봄도 아름다웠다고

삶 그리고 위대함

김익택

 

 

피고지는 꽃이 운명 알 수 없듯

 

바람이 하는 일을 빛이 알고

빛이 하는 일을 비가 알까

 

모든 삶의 의지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듯

 

피는 꽃을 보고 웃어도

지는 꽃을 보고 울지 않듯

 

삶은 끝없이 흘러가는 과정

 

바람이 머물고 빛이 머물고 비가 머무는 곳도

삶이 탄생하고 삶이 죽는 것도

 

 

벚꽃 피는 날 비를 바라보며

김익택

 

 

벚꽃이 피는 동안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

기다리는 꿀벌에게

보여주지도 못하고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꿀벌은 뭘 먹고 살며

열매를 맺지 못하는

저 꽃잎은

가을까지

무슨 희망으로 살까

희망은 있어도 의지를 꺾어버리는

자연 앞에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푸르고 푸르게

잎을 피우는 것 밖에

 

벚꽃 피는 봄이 오면

김익택

 

 

벚꽃 피는 봄이 오면

내가

무엇에게 누구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벚나무를 심은 사람

꽃을 피운 벚나무

그리고 토양과 하늘

어느 하나가 모자라면

피울 수 없는 조건이다

눈과 코

입과 귀를 가진 나

고마움을

누구에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 아닌 사람들도

이 기쁨을 누렸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밖에

 

화포천 벚꽃길을 걸으며

김익택

 

 

만개한 벚꽃길에

안개가 자욱하다

그 꽃속으로

걸어가는 내가

꽃이 되었다는 사실을

벚꽃은 알까

 

비를 맞고 있는 벚꽃에게

김익택

 

 

저 벚꽃이 피어서 지는

일주일은 봄의 여왕

 

고독한 날은 언제일까

비 오는 날일까

황사 바람부는 날일까

 

내리는 비를 맞고 있는

벚꽃을 바라보며

위로 아닌 걱정을 해본다

 

불편한 진실은 너도

다른 삶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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