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의 정의
김 익 택
추워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그대는
내가 어쩔 줄 모르는 기쁨의 꽃
그대에게 최상의 조건은
나에게는 최악의 조건인데
이 극적인 만남은
너에겐 인내한계서 피운 결정체라면
나에겐 도전 삶의 끝에서 만난 희망
꿈인 듯 생시인 듯
아주 잠깐
미학의 진수를 보여준 것인데
좋아도 아름다워도
살아야 볼 수 있음을
칼 바람이 동태를 만들기 전
머물지 말라는
얼어붙는 코와 귀의 경고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함박눈은
김 익 택
함박눈은
예약하지
않아도
맞이하고 싶고
기다려지는
사랑방 손님이다
눈의 눈물은
김 익 택
구름이 장난을 쳤던가
하얀 눈이 눈물을 뚝뚝 흘린다
슬프다는 건
감정이 억울하다는 것인데
심경 변화는 모름지기
서러움의 끝맺음을 하고자
감정이입을 모색한다
내일 되면
있어도 없었던 일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감정은 속일 수 없는 것
하지만 기억이란
잊거나 잃어버리기 전에
하나님의 위대한 선물
깨닫고 실천하고 기억하고 잊고
상생의 반복이
경험이 지식이 되고
지혜가 교양이 되는 것을 보면
저 하얀 눈이 머금은 감정은
아마도
아는 사람만 알고
이해하는 사람 이해하는 사랑
죽음도 삶도 포용하는 생명
바람이었다가 구름이었다가
물이었다가 얼음이었다가
모든 삶의 근본이 되는 것을 보면
그리움은 사랑 아니면 끝이 없다
김 익 택
어디 간들 그립지 않을까
내 머리에 지우개가 없다면
거리가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멀면 먼 대로
갖가지 따라붙는 이유 같지 않는 변명
시도 때도없이
그리움의 온상지가 되는 것인데
감정 감상 사리분별
그대 아니면 분명한데
불변의 사상 아니고 이념 아닌데도
그대를 향한 그리움은
무개념은
사랑 아니면
잊음은 두문불출이다
겨울 속 기다라는 봄
김 익 택
꽉 다문입도 열개하는 봄이 오면
가을의 미련을 잊으려나
죽은 듯 앙상한 검은 가지마다
연초록 잎이 돋고 꽃을 피우면
삶이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생각 있다면
새로운 신념보다 진한 그리움
내 마음의 뒤안길에 찬바람이 분다
시계가 꺼꾸로 돌아가지 않으면
늙어도 변치 않는 생각 자유지만 측은하다
세월에게 내 삶을 묻다
김 익 택
겨울 속에 봄이 오듯
한번 오면
가는 것 밖에 없는
모르는 삶
나는 어디로 가는 가
연말도 춥고 새해도 추운
겨울 속으로 가을 가듯
늙음 그 순리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고개 숙여 생각해 본다
빈 손 뿐인데
지금까지 무엇 했지
하늘을 쳐다본다
어떡하지
할 일이 많은데
오늘도 시와 시름을 한다
김 익 택
어 휴 터져 나오는 한숨이
시작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보이지 않아 궁금하지 않고
풀지 못해도 두려움 없지만
할 일 해야 하는
생산 경제적인 작업 아닌
마음의 빚
풀지못한 숙제같이
몰라서 멍한상태여서 답답할 뿐이다
아이디어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독서 여행 사색을
컴퓨터 앞에서 추억하고 추적하고자
컴퓨트 워드의 하얀 표면에
쉼 없는 깜박이는 커서와 시름을 한다
문득 그대 생각
김 익 택
갑작스런 한파에
종종걸음치며
앞만 보고 가는데
문득 스쳐가는
낯선 여자
구두발자국 소리가
불현듯
어제 같은 옛날
문득 그대 얼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집니다
오래되어 잊었나 했는데
희미한 세월에도
그날만큼 생생해
나 아닌 그 누구도
내 마음 알지 못해도
쓴웃음 짓고 돌아서는
내 뒤통수가 부끄러워
마른기침 삼키며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겨울 아침 풍경
김 익 택
따사로운 햇살이 고마운
겨울 아침
재치기하는 아이같이
차가운 바람에
가로수 벚나무가 떨고 있다
아직까지 잎을 떨구지 않고 있는
허옇게 마른 쌍수리나무 잎은
아픈 소리처럼 귀에 거슬린다
앞산 나무들은
가져 갈 것 없고
줄 것도 없는
노인의 빈 머리카락같이
속이 훤하고
언 강 따라 날아가는
두루미 한 마리
외로워 보여 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