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코스모스와 숙녀


 

김 익 택



 

 

 

파란 하늘에 흰구름

하양 파랑 코스모스

까플린모자에 파란 리본

물방울 원피스

 

이 가을에

코스모스 꽃 길은

숙녀가 어울린다

 

그 꽃길을 걸어가는 숙녀에게

실례인 줄 알면서도

무슨 말이라고 나누고 싶다

 

그래도 아니하면

이끌리는 마음 어쩌지 못해

절로 훔쳐보는

눈 먼 파파라치가 될 수밖에

 












환청을 듣다



김 익 택




 

 

화원을 지날 때마다

나는 가끔 환청을 듣는다

바람이 불 때면 더 크게 들려오는 환청소리를

내가 환청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는 한 세계를 품은 듯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널 판지를 의자 중앙에 왕처럼 앉아 있고

그 양쪽으로 소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향나무 모과나무들이

호위 군사처럼 길게 줄지어 서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허리가 굽거나 근육이 뭉쳐져 있는 장애자였다

내가 그들에게 가만히 귀 기울였을 때

귀 구멍을 파고드는 소리 소리들은

동여 맨 철사 줄 풀어 달라

자연으로 보내 달라

죄라면 살아있는 죄

무슨 죄명으로 구속된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생애 단 한번 남에게 해코지 한번 한 적 없다는

간절한 호소였다 

그들에게 아름답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

묶은 철사는 부풀은 살점에 묻히고

얇은 화분 속

내릴 수 없는 뿌리는

안으로 안으로 움츠려야 사는

그 삶이 아름답다는 근거

몸 통의 구속이다

굴절의 고통

느끼지 못한다는 핑계로

남의 삶 무시하는

미의 추구는

누구를 위한 미학이며

누구를 위한 철학인가

의문을 품고 돌아서는

내 등 뒤에서

누군가 흥얼거리는 콧노래

Let it be 비틀즈의 노래가 가슴을 훑고 지나갔다












시어 하나 가슴에 담다



김 익 택





 

 

현미경에

박테리아가 크게 보인다고

실재로 박테리아를 눈으로 볼 수 없습니다

망원경에

지구 밖 행성이 보인다고

실재 거리가 더 좁아지는 것도 아니고요

 

저 하늘의 비행기가

가벼히 날아도

그 안의 사람들 사연

비행기보다 더 무거울지도 모릅니다

저 바다의 화물선

무거울지 몰라도

그 물건 보내는 주인 마음

민들레 홀 씨 하나보다 가벼울지 모릅니다

 

푸른 하늘 푸른 바다 맞닿는 그곳

노을이 조화롭고 어둠이 화합하면

나는 오늘

시어 하나 가슴에 담고

황사 먼지 불어도 때 묻지 않는 별 하나 담아

상감청자에 오롯이 돋는

학 한 마리 가슴에 담아 봅니다




 







그리움이라는 것



김 익 택





 

 

내가 무심히 던진 말들은

시간이 지나면

무슨 말을 하고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 나지 않지만

 

내 그리움은

감출 것 감추더라도

네게 상처

네게 감동

평생을 두고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네

 

비포장 도로에 뾰족하게 튀어 나온 돌

언 발에 부딪혀 본 사람만 그 아픔을 알듯

 

기억의 뒤안길에서

지우지 못한 겨우살이처럼

사랑을 안고 산 사람

저녁 달이 몇 번을 얼굴을 가리고

몇 번을 우는 지

그리움을 앓아 본 사람

사랑을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그런 사람




김 익 택

 

 





나의 삶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이후

나의 삶은

절반은 학교이었고

절반은 책과 영화였고

절반은 사회에서 터득한 지식과 지혜

그 사람 부모가 아닌

친구를 만나고 싶다

 

시어를 찾는 사람처럼

내 비밀 노트에 흔적을 기리고 싶은 사람

찰나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는 그 느낌 그대로

내 가슴에 심고 싶은 사람

 

한세월 동안

내 마음의 절반을 맡겨도 좋을 사람

그의 마음 절반을 빌려도 좋은 사람

돌 같이 변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 만나 정말로 사람 얘기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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