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천사
김 익 택
천사백년 세월에도 변치 않는
산과 계곡
나무가 죽고 태어나고
계곡이 깊었다 얇었다 반복하기를
수백 번하는 사이
저 대웅전도
전쟁과 화마에 소실되고
그도 아니면 허물어져 중수하기를
몇 번
세월 흘러도 변치 않는
마음의 등불
불경 목탁소리 독경소리 범종소리
지독한 세월에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던
그 믿음과 원이
세월을 아름답게 했을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어떻게 살면 잘 사는 것인가
적천사 마당에서
내가 나를 묻는데
눈에 비친 고색창연한 풍경에 마음을 못 담아
카메라 셔트를 누른다
기억이 양심을 물을 땐
김 익 택
사과하지 못해 용서받지 못한
부끄러운 기억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불러 세울 때
아 그래
이것이 내가 나를 꾸짖는 질책
양심의 가책이지
아니
두 번 실수는 하지 말라는 경고이지
건강은 세월에
김 익 택
권리와 의무 묻지 않아
평화인 줄 알았지요
건강 묻지 않고 행복 묻지 않아
자유인 줄 알았지요
바람 불어 좋고 비가 와도 좋은
산의 푸름 같이
해마다 청춘인 줄 알았지요
과거는 숨기기 좋은 허울이고
미래는 나를 위한 성찬인 줄 알았지요
아
그런데
지금은
고개 숙여도 미안하고
고개 들어도 흐르는 눈물이 묻더군요
시간은 하루하루
금이었다고
자존심과 욕심
김 익 택
놓쳐버린 시간이라면
미련을 버려야 하는데
그것이 안돼
되 찾을 수 없는 과거라면
아쉬움을 버려야 하는데
그것이 안돼
잊지 않으면
잃어버려야 하는데
그것이 안돼
내 것 아니면
사랑이라도 금물
비워야 하는데
그것이 안돼
보물이라도 내 것 아니면
빈 손이 아름다운데
그것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