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서 가을을 보다
김 익 택
청개구리 한 마리
마른 연 잎에 앉아
호수에 비친 구름을 보고 있고
밀잠자리는
꺾인 연 대궁이에 앉아
자기 머리보다 큰
눈알을 굴리며
사주 경계를 하고 있다
구름은 징검다리 건너듯
단번에 들녘을 건너 뛰어
건너편 산등성이를
여유롭게 너머 가고
뒤 따라 달려오는 하얀 구름은
공원 전체를 점령 하더니
노란 은행나무 잎에게 숨통을 열어준다
도란 도란 거니는
중년 부부 발걸음 앞에
바람을 앞세운 국화 향기가
그들을 돌려 세우고 있다
가을 길목에서
김 익 택
계절을 쫓는
비바람 한바탕 몰아친 뒤
하늘이 더 높아지면
눈치 빠른 제비
남쪽 집 떠날 준비를 하고
한 여름 적막을 뚫던 매미는
목젖이 헐었는가
지지직 전기 감전 소리가 아프다
푸른 활엽수는
싸늘한 하늘 입김에
제 살기 위해 밀어 올리던 물을 줄이고
한 방울 물이 아쉬운 나뭇잎은
밤새 몸부림치다
온몸 빨갛게 멍든 채 매달려 있다
북 서풍이
나무 근심 덜어주려는 듯
와락 나뭇잎을 떨구면
온 천지는
노랑 빨강 감정 바람 나비들의 세상
미련 버리지 못한 나무 잎은
주춤거리다
여기저기
힘없이 길 바닥에 곤두박질치고 있다
물 그림자
김 익 택
저 산 꼭대기 두 개가
저수지에 브래지어를 걸어 놓았네
검 푸른 브래이지어 속에 쇠기러기떼
모유 통에 열심히 자맥질을 하고
자잘하게 부서지는 물 그림자
브래지어를 늘리고 있네
해가 지면 브래지어도 사라질 터
젖을 빨던 쇠기러기 떼 날아가고
남은 것은 어둠
저수지는 별빛 반짝이는 이불을 펴네
하늘은 또 하나의 어두운 사랑방
갈대가 서걱거리며 사랑을 나누는 사이
새벽이 술 취한 얼굴로 문을 열면
해장국이 그리운 철새들
수다를 떨며 산 꼭대기를 넘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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