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돌이 단풍
김 익 택
아쉬움일까
그리움일까
아니면
미련일까
폭포수 떨어지는
그 아래
돌고 도는 강강수월래
노랑 저고리 빨강 치마
서로서로 끌어안고
죽어도 함께 죽자는 듯
좌로 세 번 도는
강신 술잔같이
제자리에서 맴을 돌다
눈물 콧물 얼룩진
하양 저고리 검정 치마
서로서로 쓸어 안고
돌고 돌다 힘 빠지면
저승인지 천국인지
모르는
다시 못 돌아 올 곳 잠수하거나
노자 돈 하나 없이
어디론가 떠내려가고
함께 휩쓸려 물가에 모여
목적지도 모르는
억겁 여행 대기 하고 있다
파래소 계곡
김 익 택
신불산 깊은 계곡
파래소 폭포
천년 바위 휘돌아
흐르는 맑은 물
부딪치고 깨지고
구르다 떨어지는 모습
고행 고난
고진감래 그 뒤
평화와 행복
삶의 시험장을 보고 있는 듯
나도 모르게 숙연해 진다
낙엽이 가는 길
김 익 택
누구에게
10개월은 수감생활이었고
누구에게
10개월은 천지개벽의 세월이었을까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불려 다니는 그는
삶도 모르고 죽음도 모른다
내가 아닌 네가
나로 하여금
잉태하는 세월까지
온 몸이 썩도록
몸 속에 집을 짓고 살아도 모르고
불에 타면 한줌의 재가 되어도 모르고
땅 속에 파묻히면 흙이 되어도 모른다
삶이
죽음 되고
죽음이 삶이 되어도
저 단풍은
김 익 택
연두 빛 풀잎 속에
순수의 꿈이 있다면
붉은 잎 속에도
아쉬운 꿈이 담겨져 있지
길을 걸어도
잠을 자도
심장은 멈추지 않듯
내가 살고 있는 땅 멈춤은
휴식이 아니라 삶의 시작이지
그러므로
내가 너의 그리움을 잊는다는 것은
묵시적인 순간일 뿐
내 가슴에 불씨가 꺼진 것이 아니지
시간이 지나면 언제 어디서나
불쑥 생각나는 불청객
영원한 단골 손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