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와 이별
김 익 택
퍼붓는 비가
저 사내 마음을 알고
저 여인의 마음을 아는 걸까
울어도 모르고
소리쳐도 모르는
이별은 슬픔의 종착역 아닐터인데
만남은 봄비이라면
이별은 장대비 아닐터인데
저 연인은
비속에서 이별을 하네
울어도 모르고 소리쳐도 모르는
폭우속에서
스쳐도 모르는 타인같이 돌아서네
여인은 골목길을 돌아서서 흔적없이 사라지고
사내는 떠나지 못하고
장대비 속에서 홀로 울고 있네
그냥 헤어짐도 서러운데
폭우속에서 펑펑 울고 있네
사랑하며 살자
김 익 택
사랑아
생명의 탄생 첫 울음처럼
세상이 두려웠더냐
평소에
네 본심은 텅 빈 그릇
네 빈 그릇 채우기 전에
마음가짐 어땠느냐
네 어미 품속처럼
포근했더냐
꽃처럼 예뻤더냐
숲처럼 맑았더냐
과즙처럼 상큼했더냐
아침 태양처럼 밝았더냐
저녁 노을처럼 붉었더냐
밤처럼 캄캄해서 무엇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더냐
대지가 얼고
대지가 불타고
대지가 물에 젖고
그 가운데에서도
살아 남은 20만년
늙어 죽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렇게 최후까지 살아 남은
사랑아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세상 삶의 모든 책임 우리에게 있다
사랑 아니면
이 다음 다시 오는 세상
무엇으로 살 것이냐
사랑아 우리 모두
서로서로 생명존중하며
시작과 끝을 한결같이
사랑하며 살자
가슴에 비가 내리면
김 익 택
가슴에 비가 내리면
그랜드케니언 장엄한 풍경도
슬픔으로 보이고
군중속에 있어도 외로워
나무가 되었으면
철새가 되었으면
마음이 가는 길
죽음 아니면 삶의 비하 뿐
나는 북쪽 언덕 찬바람에 딸고 있는
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꽃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워서 보기 싫고
꽃이 떨어져도 내 신세 같아 싫어
벼락을 맞아도 좋고
강물에 떠내려가도 좋은
장대비 쏟아지는 칠흑 같은 밤
한없이 울고 원없이 소리치고 싶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