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공원의 



김 익 택



 

 

 

달아공원 곱게 물들이고

저 무는 저 해는

오늘 하루도

지구 삶들을

속속들이 보살피고

바다로 저무는데


바다는 싫은 듯 좋은 듯

금빛으로 출렁이며

얼굴을 붉힌 채

지난 1년을 고생했다고 영접하고 있다


나는 아쉬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저 붉은 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제가 할일 다 못하고 돌아서는

농부 발걸음처럼 노을 등지고 일어선다

 

 








섣달 그믐날 밤에



김 익 택



 

 

해마다 섣달 그믐이면

돌아본 세월은

할 일 없이 지나쳐버린

주마등이었고

곱씹어도 우러나지 않는

차가운 바람 맛이었다

 

해마다 섣달 그믐이면

움켜쥐고 가야 할 꿈 많아도

함께 할 꿈은

조막손에 공기같이

빠져나간 빈손이다

 

그래도 거두지 못하는

연초의 파란 꿈은

사랑니

잊는다 하여 속 시원하지 않다

 

해마다 똑 같아도

다시

또 다시

새로운 꿈을 꾸는 것은

결코 내가 나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12


김 익 택

 

 

 



고민의 무게

나이의 무게

뼈 속 깊이 파고든 추위가 수렁같이 깊은데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은 낙엽처럼 가볍다

 

송년인지

망년인지

바빴던 한해

한잔 술에 풀고

한 곡조에 잊으려는 사람들

 

12월의 도시의 거리는

빛나는 네온 만큼이나

유치 찬란한 지난 꿈들 채우지 못한 가슴들이

추위 속에 떨고 있다

 









동지팥죽


김 익 택 

 

 


 

동지팥죽

허겁지겁

먹는 아들 보며

행여 체할까

새알

나이만큼 먹어라

많이 먹으면 짱구 된다

웃으며 말하던 우리엄마 내 기억은 젊은데


지금 우리엄마

정신 혼미해 아들 목소리도 잘 모르시네

그 맛있던 동지팥죽

이제는

눈물 추억 보따리



형제 사촌 친구들

다들 어디 가고

동지팥죽 싫어 하는 자식 만큼이나

많은 새알들

추억이 그립다

세월이 아프다









12월 피는 꽃은


 

김 익 택 

 

 

 

 

12월 피는 꽃은

손발이 얼고 입술이 얼어터지도록

추워야 더 향기롭고 아름답다

그래서 12월 피는 꽃은

백지 종이처럼 희지 않으면

가슴 아리도록 붉은 것이리라

 

찬 바람에

이빨이 달달거리고

눈물 콧물에 고드름이 얼고

살갓이 얼어 터져

아리도록 그립지 않고 애닯지 않으면

12월 피는 꽃 아니리라 

 

그래서 12월 피는 꽃은

사랑하지 않아도

부둥켜 안고 있어야 목숨을 연명하는 뱀처럼

제 몸을 꽁꽁 얼려야 봄을 볼 수 있는 개구리처럼

위장도 멈추어야 하고

호흡도 멈추어야 비로소 피는

눈물 꽃이다









생각

 

김 익 택 

 

 

 

 

 

봄 꽃이 사라지고

가을 꽃이 피어도

봄 꽃 얘기를 하는 나

 

그대 향한 마음

영하 매서운 바람에 피는

동백꽃같이 아리고 

밤이어도 대낮처럼 밝아

 

그대가 나를 잊어도

그대 잊지 못하는 나 

빈 마음 둘 곳 없어 춥다




 




잊음에 대하여

 


김 익 택


 

 

 

 

12월 저문 날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는 것은

모난 돌 정 맞아서 아니리라

 

추억의 깊은 우물이

차츰차츰

메말라 가는

그리움과 아쉬움

정과 사랑이

 

거역할 수 없는

시간의 정리에

인체가

나이 값을 하기 때문이리라









그런 시대가 오면

 

김 익 택 

 

 

 

 

피 비리내 나는 푸줏간에서

고기를 발라내는 사람

호텔 레스토랑에서

뉴욕스테이크를 먹는 사람

누가 더 영혼이 맑다 말 할 수 있을까

 

동물을 죽이는 일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

사람을 죽이는 일은

권세를 누리기 위해 하는 일

누가 백정일까

 

누구는

열심히 살아도

천민같이 홀대를 받고

누구는

먹고 놀아도

귀족같이 권세를 누리고

 

누구는

하루에 수백마리 목숨을 끊고 난 뒤

미안하고 괴로워서 막걸리 한잔 놓고 사과를 하고

누구는

정적 정적을 제거하고 난 뒤 축하주를 나누고

 

짐승 목숨을 끊는 사람

짐승 고기를 먹는 사람

우리 모두

사람다운 구별은 있어도

사람 차별 없는 세상

그런 시대가 오면

참 좋겠다










12월 그 마지막 날

 


김 익 택





 

 

지난 밤

비바람 모질게 불더니

울음 거친 동백

발 아래

 

각혈한 폐병환자

피 같이

모가지가 잘린 붉은 꽃이

흥건하다

 

새벽같이 날아온

동박새는

주린 배를

어쩌지 못해

 

땅바닥에 널브러진

꽃잎에 앉아

잎 푸른 동백과

떨어진 꽃잎을

번갈아 오고 가더니 

 

동백보다 더 붉고

동백보다 더 슬픈

꽃 울음 울며

바람처럼 날아간다

 

 

 


 





연말연시

 

김 익 택

 

 

 

 

 

서둘러 흘러간 연말도 아니고

느리게 맞이하는 새해도 아닌데

매양 바쁜 연말 연시

 

돌아보면

지난해도 올해도

그냥 맞이한 새해 아닌데

연말에 돌아보면

그냥 흘러 보낸 한해다

 

새삼스러울 일 아니고

소란을 떨 일 아니지만

올해도 새로운 각오

새로운 약속을 한다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를










그리움의 끝

 

 

김 익 택 

 

 

 


 

시간 여행

끝나는

그 순간까지

피 멍이 되었다가

꿀이 되었다가

소금이 되었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리라









아이야 삶이란

 

김 익 택


 

 

 

 

 

아이야

고개 숙여도 치솟는 울분

고개 들어도 쏟아지는 눈물

살면서 경험하는 삶

누구나 다 겪는 것이지

때로는 이를 갈며 홀로 삭이고

때로는 호소하며 나를 풀어내는 것이지

아이야

참아라 말하지 않으마

말처럼 쉽게 되지 않지만

서운해도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억울해도 너무 억울해 하지 말아라

괴롭고 치사하고 더럽고 분하고 억울해도

감당이 안 되는 아무리 큰 슬픔일지라도

시간 지나면 그것도 큰 자산

추억이 되고 아름다움이 되고 

친구가 되고 삶의 지식이 된 단다 

삶이란

그 자체가 모순 덩어리

삶이란 그 자체가 불안전한 생활

살면서 풀어야 하고

살면서 이해해야 하고

살면서 지혜로 대처해야 하는

평생 숙제 같은 것이란다

아이야

공기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태양이 사람을 가리지 않고 비추듯

자연은 누구나 평등하지만

비바람 폭풍 같은 것은 피해 갈 수 있는 것이지

아이야

아비는

인생의 겨울

인생의 봄을 구별하지 않지 않고

똑 같은 친구처럼 사랑하며 산 단다










12월 저녁 풍경


김 익 택

 

 

 

 

 

 

 

바람이 가로수를 향해

차렷 하는 저녁

붉은 가로등이

어깨를 움츠린 채

겁에 질려 떨고 있다

 

길가는 아가씨는 코트 깃을 세운 채

콜록 거리며 종종 걸음을 하고

배가 고픈 포장마차는

치마자락을 펄럭거리고 있다

 

두 눈에 불을 켠 트럭은

무식하게 돌진하고

국밥 집 가마솥은 증기기관차같이

거리를 달릴 기세로

검은 솥뚜껑을 들썩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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