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그대는
김 익 택
그대를 처음 보던 날
나의 심장은 시간과 공간이 멈춤었습니다
그대를 처음 보았던
그 날 이후
내 심장은 어느 한 곳 한 방향에 대한
지독한 생각과 관심의 표출이 시작 되었습니다
그것은 마구 아래로 흐르는 시냇물과 같은
자연의 섭리는 아니었습니다
보고 싶다
만나고 싶다
간절한 소망은
어느 날 문득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대는 삶의 목적 삶의 우선 순위였고 종교였습니다
하루 하루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지만
그대 향한 그리움 같지 않았습니다
배려와 존중이 호흡하듯
오직 그대의 그리움만 가슴에 스며들어 아쉽고 그립고 보고 팠습니다
그것은 엄마가 보고 싶어 잠 못 이루는 아이의 그것과는 달랐습니다
그대와 함께 가 아닌 그리움은
매를 맞지 않아도 아프고 억울하지 않아도 눈물이 났습니다
그 그리움은 바람 같은 상념이었습니다
그대 그리움은 계획도 없고 잡념도 없는 멍 뚫린 무의식 속에서도
문턱 없이 드나들었습니다
생각이 지쳐 괴로울 때도 없는 듯 있는 듯 가슴 깊은 곳에 들어와
샘물처럼 솟았습니다
그대를 만나고 돌아오는 날에는
너무 아쉬워 이미 가고 없는 빈 골목을 바라보며 한동안 떠날 수 없었습니다
어둠이 사위는 저편 어딘가 그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고
겹겹이 쌓인 저 아파트 너머 어딘가
그대 얼굴이 나타날 것 같아 발길을 함부로 돌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대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날은
마음이 공허해서 한 잔 술에 그대 생각을 지우려 했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가슴에 채워지는 것은 그대 생각이었고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가슴에
쌓여있는 생각들이 무거워서 발걸음을 제대로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이
좁혀지지 않는 거리
언제나 저 만치 있는 그대는
저 먼 바다에 섬이었고 높은 하늘 구름이었고 보이지 있어도 없는 바람이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가슴에 비가 내리고 습기가 차서 답답했습니다
조바심이
나서 못 견디게 괴롭게 했습니다
본래 사랑은 아픈 것이라고 아쉽고 외로운 것이라고
자위하며 태연하게 마음을 다져 먹어도 보았지만
이미 젖은 마음은 쉽게 안정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 맘 알아 줄까
나 혼자만 생각일까
사랑해
사랑한다고
홀로 앓다가
내일 다시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한다고 수백 번 다짐을 하고
돌아 누우면 기대보다 불안에 속만 끓이다 날이 새는 것이
어제이고
오늘이고
내일이었습니다
무 죄 의식
김 익 택
구름이 재 아무리
어서 가자고 재촉해도
해와
달은
흔들리지 않는데
世波 속의 하루는
총알처럼 빠르다
자연의 소리는
도심 속을 헤매다 지쳐
신음을 하고
도심 속의 바람은
빌딩 속을 방황하다
차량의 매연에 숨죽여 운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무런
죄 의식 없이
먹고 싸고
마구 버린다
가끔은
김 익 택
가끔은 뒤로 걷는 것도
앞으로 향하는 발걸음이다
문득 길을 가다
멈춰 서서 먼 산도 보고
푸른 잔디에 누워
하늘을 보는 것도
내일을 향한 휴식이다
그때는
삶에 찌든 마음을
빨랫줄에 걸어두고
햇볕에 마음을 소독하고
어질러진 맘은 바람에 씻어도 보고
빈 머리로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것도
내일을 향한 발걸음이다
이미 그때는
김 익 택
자연의 품은
하늘 같은 가슴을 가졌어도
인간의 무관심에 병들어 가고
사람들은 제각각 부를 쫓아
개발과 보존
첨단과 퇴보
법률을 들먹이며 제 잇속 차리기 바쁘다
나날이 쓰러지는 나무를 밴 빈자리
터전을 잃은 생물의 울음소리 가냘프고
그 푸르던 강물은 줄어들어 겨우 물줄기 명맥만 유지한 채
가장자리 뻘 밭은 거북 등 문양처럼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져
물을 달라 소리친다
휑하니 지나간 바람 자리에는 먼지만 흩뿌리고 간 폐허 뿐이다
나날이 쏟아지는 이산화탄소와 환경오염 물질로
지구는 포화 상태가 되어가고
이제 더는 안 된다
엄포가 아니다 시기를 놓치면 모두 죽음이다
정화를 외치는 자연의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고 부터
지구는 폐 결핵은 시름을 앓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그리 아프지도 않는 채
1기 2기 3기를 넘어서 마침내 4기가 되었을 때
정화하고 보호하고
보존하고 사랑하고
후회 해도
이미 그때는
해도 없고 달도 없고
나도 없고 너도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