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피는 길에 10월이 가고 있다
김 익 택
새벽 안개
입맞춤에
슬퍼서
더 아름다운 눈물같이
땅바닥에
뚝 떨어지면
흔적 없는
영롱한 이슬방울같이
바람의 입김에
떨어지는 단풍잎
예뻐서 더 안타까움같이
찬바람이
싫은 듯 아쉬운 듯
들국화 피는 길에
10월이 가고 있다
가을이 가는 길목에서
김 익 택
바람이 분다
갈 사람은 서둘러 가고
올 사람은 빨리 오라고
서리가 차갑다
저 산에 소나무
잎 떨어지지 않는다고
가을이 제 아무리 미적거려도
오는 겨울 머뭇거리지 않지
저 사찰에 은행나무
스스로 잎 떨어뜨리는 것은
오는 겨울이 겁나서 아니라
산다는 것은 적응하는 것이고
산다는 것은 준비하는 것이고
산다는 희망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 가을에 나는
김 익 택
겨울은 지루해도
봄은 찬란했고
여름은 힘들어도
가을은 풍성했다
노랑 빨강 보라
삶의 결실 열매를
거기 두고 떠나는
삶들의 희생이 있어
가을은 더욱 거룩했다
어디서 누가
내가 몰라도
나를 생각하는 사람
그에게 나는
언제나 그립고
언제나 보고픈
꽃으로 남고 싶다
이 가을에 외로움
김 익 택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홀로 걷는
숙녀같이
생각 없이
가만있어도
외로움이 깊다
잊으려고
눈감으면
또다시 잦아드는
천리 가는 마음
멍하니
바라 보고만 있는 나
고요해도 쓸쓸하고
부산해도 외롭다
가을 바람은
김 이 택
밤에도 고래고래
노래 부르던 매미가
길바닥에 나 뒹굴고
푸르든 은행잎
노란 화장을 하고
길 나설 준비를 하는 사이
바람을 잠재우던
더위가
웃음을 잃었다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들판의 벼는 고개를 숙였고
더위를 쫓고 난 뒤
할일 없는 바람은
희극인 되어
흔들리는 것 모두
미소를 띄우게 하고는
흔적 없이 사라진다
양심이 나무랄 때
김 익 택
나만 아는
낮 뜨거운 말과 행동
종종 떠올라
내가 나에게
양심의 가책을 묻는 날은
혼자 헛소리로
나무라고 사과를 하지
미안합니다
정말로
무언의 속죄해도
내일이면 잊고
나도 모르는 언제 어디서
새롭게 떠올라
양심의 북 채로 가슴을 두드리지
정읍 구절초
김 익 택
그대가 나를 불렀습니까
내가 그대를 찾은 것입니까
그대를 알고부터
일 년에 한번
당신을 꼭 만나야 한다는 생각
가을 하늘에게 물었습니다
저절로 쑥쑥 자라는 삶 없겠지만
올해는 얼마나 아프게 자랐는지
사랑 없이는
그리움 없이는
피어야 할 이유 없고
진한 꽃 향기 흩날려도
그윽한 멋 없겠지요
사람들은 피는 순간
아름다움을 간직하려 할 뿐
생명의 절실함 모르고
삶의 간곡한 애착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었다고 오고
졌다고 가버리지만
사실은 오늘 하루는
일 년을 준비한 정성입니다
구절초의 기다림
김 익 택
그저께
피었더니
오늘은 시들었다
짧아도 한참 짧은
그에게 기다림은
고독에 절인
미움 뿐이었을까
저리도 처절하게 뭉개지고
농한 모습을 보면
하늘의 약속을 어긴
차가운 미움의 물음같이
늦게 찾아온 사람 가슴에
왜 이제 왔냐는
질타의 물음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