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의 비애
김 익 택
눈에 보이는 집
수없이 많고
눈에 보이는 땅
아무리 넓어도
편히 눕힐 곳 없고
씨 한톨 뿌릴 곳 없는
빈민같이
노란 은행잎
갈 곳을 잃은 채
도로 모퉁이
소복이 쌓여있다
무대가 끝나면
조명이 꺼지듯
사람들은
태양의 빛 머금고
바람이 힘을 분출하며
신기루를 연출하던
그때를 기억하지 않는다
행여 미끄러질까
너도 나도 신발에
걸리는 장해물
낙엽은 낙엽일 뿐
나무 잎이었을 때
단풍의 아름다움
생각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