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성자

(은행나무)

김 익 택

 

이 가을 성숙함은

고개 숙이지 않는 것이 없다

 

죽지 않는다면

일년에 15일은

숭고한 감사 선물을

아낌없이 내 놓는다

 

산다는 것은

살았다는 것은 고마운 것들뿐

이유없이 죄 없이

얻어맞고 팔 다리 부러져도

죽지 않는다면 희망

 

죽음까지 내몰아도

침묵으로 살아서 보여주는 것뿐

원망하지 않고 비굴하지 않는다

 

일년을 살아도

천년을 살아도 삶은 축복

저 은행나무가 그 진리를

5백년 한결같이

몸소 전하고 있다

 

 

은행잎 이 묻다

 

김 익 택

 

 

 

 

저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기까지

역경을 생각해 봤니

저 고운 빛이 던지는

삶의 질문 무엇인지

생각해 봤니

생존해야 아름다움이 있고

가을이 있다는 것

생각해 봤니

심장 없고 눈 가지지 않아도

삶이 무엇이며

사랑이 무엇인지

마지막 한 잎까지

아낌없이 주어야

비로소

행복한 삶이라는 것

저 노란 단풍잎이 하는 말

생각해 봤니

 

 

가을으로부터 초대

 

김 익 택

 

 

 

하늘 맑고 맑은 날

집안에 있으면

가을에게 예의가 아닌것 같아

외출을 했다

 

바람은 당당했고

구절초는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즐겼고

벌과 나비는

이 꽃 저 꽃 분주히 다니며 만끽했다

 

저 꽃을 어떻게 표현해야 아름답고

저 꽃의 향기는 또 담아야 향기로울까

 

어정쩡하게 서 있는

초대받지 못한 나에게

꽃 향기가 발걸음 을 이끌었다

일단은

들어 오시라고

 

'소소한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련  (0) 2021.08.16
주남 저수지에서  (0) 2020.12.28
바람의 편지  (0) 2020.11.23
위양지 가을편지  (0) 2020.11.22
적천사 은행나무  (0) 2020.11.1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