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성자
(은행나무)
김 익 택
이 가을 성숙함은
고개 숙이지 않는 것이 없다
죽지 않는다면
일년에 15일은
숭고한 감사 선물을
아낌없이 내 놓는다
산다는 것은
살았다는 것은 고마운 것들뿐
이유없이 죄 없이
얻어맞고 팔 다리 부러져도
죽지 않는다면 희망
죽음까지 내몰아도
침묵으로 살아서 보여주는 것뿐
원망하지 않고 비굴하지 않는다
일년을 살아도
천년을 살아도 삶은 축복
저 은행나무가 그 진리를
5백년 한결같이
몸소 전하고 있다
은행잎 이 묻다
김 익 택
저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기까지
역경을 생각해 봤니
저 고운 빛이 던지는
삶의 질문 무엇인지
생각해 봤니
생존해야 아름다움이 있고
가을이 있다는 것
생각해 봤니
심장 없고 눈 가지지 않아도
삶이 무엇이며
사랑이 무엇인지
마지막 한 잎까지
아낌없이 주어야
비로소
행복한 삶이라는 것
저 노란 단풍잎이 하는 말
생각해 봤니
가을으로부터 초대
김 익 택
하늘 맑고 맑은 날
집안에 있으면
가을에게 예의가 아닌것 같아
외출을 했다
바람은 당당했고
구절초는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즐겼고
벌과 나비는
이 꽃 저 꽃 분주히 다니며 만끽했다
저 꽃을 어떻게 표현해야 아름답고
저 꽃의 향기는 또 담아야 향기로울까
어정쩡하게 서 있는
초대받지 못한 나에게
꽃 향기가 발걸음 을 이끌었다
일단은
들어 오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