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양지의 완재정에서

 

 

 

김 익 택  

 

 

 

소리 없이 지켜보는

위양지의 산 그림자는

일하는 농부 삿갓을 닮았고

산 허리를 감고 있는

흰 구름은

민초들 삶 살피는

암행어사 두루마기를 닮았다

 

그 옛날 완재정 선비가

풍악에 젖고 시를 읊고

놀기 위해 지어놓은 정자 아니다

보리 고개 턱밑에 피는

하얀 이팝꽃처럼

배고픈 민초들 

허기 채우려고

피땀으로 파놓은 눈물 통이다

 

님은 가고 남은 것은

아침 저녁 드리우는

 

완재정 그림자 뿐

하루에 두 번

돌아보라는 뜻일 것이고

열심히 살라는 뜻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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