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원 풍경
김 익 택
신라의 숨결이 베어있고
김시습의 언어가 숨 쉬는
남산 끝자락에
아늑하게 자리 잡은
용산서원은
아는 사람 알고
모르는 사람 모르지만
한번 와 본 사람은
그 누가 다시 와 달라
부탁하지 않아도 찾고 싶은 곳이다
구불구불 돌아가는
돌 담 너머 노송들과
읍을 하듯 서원을 바라보고 있는
배롱나무
그리고 서원 입구에
은행나무를 보고 있으면
편안하고 포근한 느낌은
나만 그럴까
그건 아마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조선시대 5백년
최진립장군 가문의
청백리 향기 때문 아닐까
용산서원 촌감
김 익 택
인간 도의가 무엇이며
나라 충성이 무엇인지
삶의 진리 실천했던
장군을 기리는 서원 앞에
배롱나무 한거루
굽어지고 휘어지다
다시 용트림하듯
느껴지는 힘이
그 옛날 최진립 장군
삶의 질곡을 보는 듯하다
넓은 마루에 앉아서
둘러보는 눈길 끝에
나무 숨결 멈춘
그곳
고의당 좌우 현판에
빼곡히 쓰여진 한자는
세월이 훑고 간
검은 바람 때가 아프다
민고당에 앉아서
김 익 택
그가 가고 없는 빈집
마루에 앉아
풍경을 구경하는 것도
마당을 거닐며
계절을 느끼는 것도
시공간을 뛰어 너머
그를 만나는
나만의 공감을 생각하면
볼을 스치는 바람
그냥 바람 아니고
코끝을 스미는 고택의 향기
그냥 향기 아니다
새기면 새길수록
오늘 하루가
참
귀중하고 아름답다
용산서원정보
용산서원은 정무공(貞武公) 최진립(崔震立)을 향사하기 위해 1699년(숙종 25)에 경주부윤(慶州府尹) 이형상(李衡祥)이 지방 유림과 함께 건립하였다.
1711년(숙종 37)에 ‘숭렬사(崇烈祠)’로 사액되었는데, 이 때 유림이 모여 용산서원으로 할 것을 합의하였다.
그러나
1870년(고종 7) 대원군의 훼철(毁撤)령으로 훼철되었고 1924년에 중건(重建) · 복향(復享)되었다. 이 서원에서는 매년 2월 하정(下丁 : 세번째 丁日)과 8월 하정에 향사를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