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이

 

김 익 택

 

 

 

 

구두가 블라우스에게 봄맞이 나가자 한다

그 소리에 블라우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따라 나왔다

태양이 추위를 내 몰았고 바람이 주춤했다

화사한 벚꽃 그 아래

연인들이 갖은 표정을 지으며 사진 찍기 바쁘고

철모르는 아이들은 마구 뛰어다녔다

천천히 걸어가는 구두 곁에 블라우스가 팔짱을 꼈다

나오니까 좋지

대답이 왜 그래

좋다고

저 꽃 너무 아름답다

당신 보다 못해

정말

예쁘기만 해 향기롭기도 하지

블라우스가 입술로

구두 볼에 하트 도장을 찍었다

야 사람들 보고 있어

보라면 보라지







벚꽃이 문을 여는 4월은

 


김 익 택 

 

 

 

 

 

벚꽃이 문을 여는 4월은

삶을 축복하는 달이다

 

벌 나비는

문지방이 닿도록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고

새들은 둥지를 짓느라

숲 속이 분주하다

 

벚꽃이 문을 여는 4월은

사랑 축제의 달이다

 

개구리가 세레나데를 부르고

새들이 휘파람을 불고

강남 제비 

신혼집을  찾아오는 

사랑의 달이다







꽃의 초대

 

김 익 택 

 

 


 

저 꽃 이 꽃

드나드는 벌

서로 먼저 꿀 따려고

싸우는 일 없다

 

유혹하는 꽃은

언제나 그 자리

내 집 찾아오는 손님

귀찮다고

대문 잠그는 일 없고 

단 한번도

내 치는 일 없다


이미 꿀 단지가  

비었어도

찾아오면 손님에게

화분이라도 가져가러고 

아낌없이 내 놓는다


 

 





봄비는

 

김 익 택 

 

 

 

 

주룩주룩 내려 

땅속에 스며들고 나면

아무것도 없지만

사실 빗물에는 혼이 있다

 

마음으로

다 못해아리고

다 포용 못할 만큼

큰 사랑이 있다


보질 것 없는 물방울 하나

그 속에는

수용하고 포용하는

기꺼이 살신성인하는

삶의 원천

생명의 근원이 있다

 

 





우울한 날의 괜한 생각

 

김 익 택 

 

 


저 벚꽃에 맺힌 물방울은

반가워서 우는 눈물인가

아쉬워서 우는 눈물인가

 

어찌 보면

우울해 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반가워 보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두고

신경 쓰는 내가

더 이상해 보일지 모르겠다

 

꽃이 지면 잎이 핀다 것

잎이 지면 열매를 맺는다는 것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성의 시작이라는 것

 

그것이 자연의 섭리인데

나는 하루하루 시간만 갉아 먹는

누에같아 누가 나무라지 않아도 

삶이 불안하다



 




꽃은 알고 있다

 

김 익 택 

 

 

 

 

 

꽃은 

듣는 귀 없고

보는 눈 없이

일년 내내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아도

봄을 아는 땅같이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정체 알고

태양에서 달려오는

빛의 부름을 아는가 보

해마다 오는 봄을

단 한번도

지각하지 않고

꽃피우는 것을 보면

 







벚꽃 개화

 


김 익 택 

 

 

 

 

 

늦게 배운 도둑

날새는 중 모른다더니

 

낮도 밤도 모르고

정신 없이 피는구나

 

사랑하는 청춘같이

지칠 줄 모르고 피는구나







봄날 하루는

 

김 익 택 

 

 

 

 

꽃 속을 거닐며

싸울 수 없고

꽃 향기 맡으며

욕 할 수 없지

 

저기 산속

짙은 녹음 속에

살려고 잘 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 보고

그냥 놀 수 없지 않은가

 

송장도 움직인다는 봄

봄 하루는

겨울의 이틀

노력과 사랑이 하나되면

꿈은 이루어 지는 것이

진리이지









봄아 봄아


 

김 익 택 

 

 

 

 

 

 

오늘은 바람이 전하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아보고 싶고

내일은 비가 전하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아보고 싶다

모래는 따스한 햇빛이 전하는

소포를 받아보고 싶다

보이지 않는 허공에 수없이 떠다니는

유튜브 페이스복 카카오스토리등등···

온갖 사기가 난무하는 SNS

짜증나는

쓰레기 정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연의 향기 같은

백년 흘러도 그리운

첫사랑같은

한 통의 마음을 받아보고 싶다

 



 










엄마의 봄은 어디 갔을까

 


김 익 택

 

 

 

 

 

그 옛날

논두렁 밭두렁에

아지랑이 피어 오르고

주춤주춤 날아 다니던

노랑나비 흰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머리 흰 수건 두르고

양지쪽 언덕에서

쑥 캐고 냉이 캐던

젊은 우리 엄마 어디로 갔을까

 

쭉 뻗은 도로에

핑핑 달리는 자동차

쭉쭉 뻗은 고층 아파트

한길에는 

빵빵대는 소리만 있을 뿐

고향은 있어도 고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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