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몸짓 언어
김 익 택
그대 몸짓 표정 하나 하나
말이 아니어도 말을 하고
노래가 아니어도 노래를 하고
울고 웃는 삶
고통 인내까지 풀어내는 행위
시공간 그 사이 감정이 교감하고 소통해
보는 내가 네가 되는데
외롭고 답답할 땐
뜀박질로 땅에게 묻고
그립고 괴로울 때
고개 들어 허공에 손으로 물어
그래도 풀리지 않는
삶과 사랑의 수수께끼는
자학을 하듯이 온 몸 비틀어 자신에게 묻고
미친 듯이 허공을 휘저으며 하늘에게 물어
마침내 터득한 삶의 재 발견
나를 위한 너를 향해 보내는 사랑
이해하고 보듬어서 펼치는
희망의 메시지
아파서 거룩하고 슬퍼서 아름답다
기다리는 마음
김 익 택
차라리 언제 오신다고 말을 하지 마시지
당신이 말 하지 않았다면 내 마음 이렇게 초조하지 않겠지요
당신 오신다는 말씀에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의 시계가
몇 번이나 열렸다 닫혔는지 몰라요
바람 소리에도 닫힌 방문 열릴까
깜짝깜짝 놀라기를 몇 번인지 모릅니다
당신 기다리는 동안 밤은 그냥 밤 아닙니다
물밀 듯 밀려오는 불안과 초조 망상을 지우고 참는 일입니다
기다림이 당신을 밉게 한다는 것
당신을 알고부터였고
기다림이 설레게 한다는 것도
당신을 알고부터입니다
오늘밤은 생각이 많습니다
이렇게 애타는 내가 싫어
온몸으로 얘기하지만
내 머리 속에 있는 당신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잊으려니 더 생각나는 당신
기다림이 무뎌지면 사랑도 멀어지면 어떡해요
약한 맘에 파고드는 우려와 염려를
스스로 내게 묻는 나 몇 번이나 외로워 했는지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당신 기다림은
작은 상처 곪아 가는 시간 다름 없습니다
매양 부드럽던 믿음의 밤은
고슴도치 잠자리가 되는 것인데
내 마음 어찌 될까 나도 모릅니다
나에게 당신 믿음은 보이지 않는 곳 멀리서
내가 당신 가슴을 느낄 때입니다
당신도 저처럼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
내 마음의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이유 없는 기다림은
어둠이 숨 조르고 어둠이 믿음을 앗아가는 시간일 뿐
사랑의 징표 아닙니다
이유 없는 기다림은
오래 두면 우려나는 포도주가 아니라
곰삭은 식초가 되는 것입니다
당신에 대한 나의 예의가 집착이 되기 전에
훌훌 털어버리고
나 달빛 밝은 날 어디론가 떠날지 모릅니다
그때 불러도 빈 바람의 그림자일 뿐
우연의 만남이 다시 찾아온다 해도 그때는
인연 끊은 수도승처럼 나 당신을 영영 외면 할지 모릅니다
누구는 까만 밤을
김 익 택
밤은 누가 태우지 않았는데도 까맣다
태울 것 없이도 타는 밤은
지붕 위에 난립하는 전선처럼
생각이 혼선하는 시간이다
돈 사랑 행복······
생각이 회를 치는
사람과 사람들
어디에 있을 희망을 생각하며
속을 까맣게 태운다
노력 없이 성공 없듯
나만의 성공
억지 맞춤 시나리오는
결과 얻지 못하고
내가 나를 괴롭히는 자해의 공간인데
어떤 사람들은
그 고민 풀기 위해
카페로 모여들고
어떤 사람들은 밤을 샌다
타는 속을 식히고
타는 속을 비우는
각기 다른 방식 희망 찾기를
누구는 까만 밤을 지우고
누구는 가만 새우고 있다
아침이 오기 전 까지
잠 못 드는 새
김 익 택
하루 종일 물 위에서
먹이를 찾던 새
해가 지면
숲으로 돌아가는 가지만
해기 지면
물 위로 돌아오는 새도 있다
밤은 누구에게는
휴식의 시간
동시에 먹이사슬 상위가 아니면
죽음도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두운 밤에도
만남은 기쁜 것
하늘에 반짝이는 별 만큼이나 많은
새들의 울음으로 소리
저수지를 메우지만
서 산에 달 기울고
새소리 잠잠하면
별빛도 물 위에
길게 다리를 뻗어 눕는 시간
간혹
저 멀리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 들려오면
행여 남모르게 천적이 나타날까
보초 서는 새는
수평선 위로 흐르는
바람의 꼬리에
뇌파를 고정시킨 채
새벽이 닭이 울고 먼동이 터기 전까지
긴장 늦추지 않는다
말 없는 저수지는
그저 몸을 빌려줄 뿐
누가 살고 죽던 관심이 없다
댄스
김 익 택
손 짓 하나 시가 되고
발 짓 하나 음악 되고
눈 짓 닿는 곳장미꽃이 핍니다
순간순간 사라지다
불꽃처럼 되살아나서
젊음을 더 애 끊게 하고
정열은 타올라서 숨을 멎게 한다
따닥 따닥 따따따 딱딱딱
마루바닥 부딪치는 구두 발자국
저 소리는 그냥 소리가 아니라
발바닥에서 나오는 심장 소리다
젊음은 가고 몸은 늙었지만
손 발 다리 허리 가슴 눈빛
하나 된 미의 표출은
미학의 절정 순수의 극치다
사랑 모릅니다
김 익 택
봄바람에 잠 설치고
갈바람에 얼굴 묻고
눈물 흘려 본 사람 아니면
외로움이 뭔지
그리움이 뭔지 모릅니다
아픔은
아름다울 때 더 외롭고
아픔은
사랑스러울 때 더 그립다는 것을
사랑을 미워해 보지 않는 사람 아니면 모릅니다
나비의 불안한 교미 풍경
눈길 거두지 못하고
골목길에 헐래 붙은 강아지 끙끙대는 소리
고백을 거절 당해 보지 않으면
사랑이 뭔지 모릅니다
생각의 우물
김 익 택
내 좁은 뇌의 우물은
우주의 빅뱅처럼
끝없이 팽창하는 생각들이 있다
늘 살아 움직이는
낮부터 잠드는 밤까지
끝임 없이 생산하는 생각들
인문 자연 과학 예술
뒤섞여 혼돈을 생산하는 우물이 있다
거르지 못하고 닦지 못해서
광택을 잃어가는
다이아몬드가 있고
게을러서 찾지 못하고 썩히고 마는
생각이 있고 그림이 있고 과학이 있다
내 우물 속에 무진무궁한
원석들
다 가지려는 욕심 버리고
하나라도 제대로 찾아
갈고 닦아도 일평생 모자라는 삶이다
그 생각의 우물은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생각으로 돌아가서
욕심으로 가득 찬 망상 버리고
실의 젖어 절망하는 공상에서 벗어나
원대한 상상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석 하나를 찾아 즐기는 삶으로 돌아가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배우와 관객차이
김 익 택
어떤 영화에서
공간과 시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이해와 감흥은
배우보다 관객이 더 예리하다
예를 들면
늦은 가을
중년의 여자가 공원 벤치에 앉아 있다고 하자
어깨 위로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고
그때 그 여인에게 비치는 풍경은
사랑과 미움 그리고 그리움의 회상의 시간
배우는 현 상황에 연기에 몰두하는 사이
관객은 전후의 흐름을 아울러 이해한다
물론 관객은
그 여인의 과거 심적 회상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없지 않지만
의식의 흐름과
감성적인 느낌으로
그 여인의 심정 공감한다
애인과 헤어지고 혼자 낙엽을 밟으며 걸어가는 여자
애인과 헤어지고 소나기를 맞고 혼자 걸어가는 남자
그런 장면이 있다고 하자
배우는 이별 아픔을
현미경 렌즈를 들여다 보듯 행동 하나하나 섬세하게 몰두하지만
관객의 눈은
광범위 렌즈로 과거와 현재 시간을 아울러 보고 있는 것이다
혼자 걸어가는 여자
그 여자 곁으로 획획 지나가는 차들의 의미는
무심한 과거이고 덧없는 시간의 표현이며
소나기를 맞고 걸어가는 남자
그 남자 머리 위로 천둥이 치고 번쩍이는 번개의 의미는
이별의 아픔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장치일 게다
그 전체를 아울러 이해하고 감동하는 사람은
영화 속의 남자 또는 여자 주인공보다
객관적인 눈을 가진 관객일 게다
그 이유
배우는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는 장치이고
관객은 배경과 인물과 시간을 전체를 아울러 읽는
객관적인 관람자의 차이 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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