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팠던 봄



김 익 택 

 

 

 

 


온산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꽃이 퍼뜩 지나고 나면

허기진 몸 일으켜 세울 겨를도 없이

재촉하는 더위가

지팡이 짓고 가는 할멈

흐린 눈 앞에 녹음이 아팠다지요

맹물 먹고 트림하는 어미에게

등 짝에 달라붙어

배고프다 보채는 아이

찔래 줄기 꺾어 주며

맛있지

더 줄까

착하지

어르며 거르며

산길 내려오면

눈물이 앞을 가려 녹음이 더 짙었다지요

그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삶

손바닥 발바닥에 돌보다 딱딱하게

굳은살 되도록 일 했다지요 

따스한 태양에 조는

길에 누운 개팔자 삶이 부러웠다지요

배고픔 앞에 삶의 모욕은

철없는 아이 밥 투정 

아카시아 꽃이 지고 녹음이 짙어 때까지

형제도 없고 친구도 없고

오직 너만 있다는

어미 뻐꾸기 울음소리는

세상의 이치

그래도

잊지 않고 잃지 않는

도의 정신 성실은 삶의 밑천

노력이 구원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온 몸 으깨지도록 일하며 살았다지요









아이의 의문


 

김 익 택

 

 

 

 

 

봄이

시작이면

 

겨울은

마지막

 

그러면

봄은 어디서 오는 것이지







지는 꽃이 삶을 말하다


 

김 익 택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저기까지

계획대로 다 이루어지고

모두 성공한다면

삶의 참 의미 아니겠지요

꽃은

내일 죽어도

오늘 피워야 하고

사람은

천 년을 더 살아도

못다한 것이 더 많은 것이 삶이지요

사는 그 날까지

성공과 실패는 반복

결과로 가는 과정일 뿐

사랑 그것만으로

필요충분 할 수 있는 것이 삶

모르긴해도 그런것이

우리네 삶 아닐까요








봄비가

 


김 익 택

 

 

 

 

 

봄비가

들판을 적시며 지나간다

풀잎을

쓰다듬고 간다

 

빗방울 몇 개

얼굴에 맺혀 놓고

웃으며 지나간다

 

오랜만에

꽉 채운 

도랑 물이

미꾸라지 앞세우고

어서 가자 재촉하며

바삐 흘러간다

 





슬펐던 6.70년대 봄

 


김 익 택 

 

 

 

 

보리 익는 유월은

아직도 먼데

내 집 네 집 할 것 없이

양식 떨어지고 나면

 

어른들은 산으로 들로

칙을 캐고

나물 뜯으려 나가고

 

등에 업힌 젖먹이 동생

배고파서 왠 종일 울면

개울가 찔래 꺾어먹고

배고픔을 달랬지요

 

해거름 돌아오는 엄마

빤히 알면서도 행여 올까

바라보는 산 오솔길에

피어나는 아지랑이가 

현기증을 일으켜

머리는 어지럽고

빈속이 부글거려서

드러눕고 싶었지요

 

봄 하루가 왜 그리 긴지

엄마가 그리워 마구

울고 싶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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