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매화
김 익 택
북풍설한 용두질하는
2월 중순
추워도 약속은 지키겠다고
활짝 핀
매화 꽃잎이
추워서 발 구르는
소녀 입술같이
파르르 떨고 있다
매화는 첫 손님에게
김 익 택
매화가 피었다고
들뜬 바람이
소문 내고 다니는 사이
귀 얇은 꿀벌이 집을 나섰다
가뭄에 콩 나듯이
여기 저기에 핀
한 두 송이
향기는 반가워도
아직 먹고 살기에는
이른 시기
매화는 일찍 찾아온 매파가
반가웠으나
혹 돌아가다 얼어 죽을까
멍석 깔아 놓을 그때
오시라 한다
봄 향기는 매화부터
김 익 택
매화 향기에
된장이 익어가는 초봄
건너 사랑방을
기웃거리는
붉은 노을이
갈가마귀 소리에
어둠이 짙어가고 있다
고향의 봄 2
김 익택
꽃샘 추위 오는 소식에
고향 가는 갈가마귀
소쩍새 울던 밤
복수초가 핍니다
노랗게 핀 산수유
햇살 아파 떨어지면
봄 찾아온 휘파람새
하얀 찔레꽃에 앉아
타는 놀 봄 바람에
사랑 노래 구비엮어 휘파람을 붑니다
고향의 봄 1
김 익 택
내 고향 봄 소식은
버들강아지가 전합니다
버들강아지 꽃이 피면
얼음이 녹기 시작하고
버들강아지 꽃이 지면 시냇물이 풀립니다
도롱뇽이 알을 낳고
산미나리 움을 트고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리면
갯버들 뿌리 사이로 버들피리 놀고
벌 나비들은 꽃을 찾아 분주히 날아 다닙니다
마침내 봄의 향기
그윽하고 봄 햇살 따스하면
농부 가슴에도 아지랑이 핍니다
시가 안 쓰지는 날
김 익 택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제각각 다른 온도와 습도로 풍경을 바꾸며
내 온몸을 자극하지만
내 의식 속에서 잠재된 언어들을 끄집어 낼 수가 없습니다
봄은 얼마나 더 화려해야 하고
여름은 또 얼마나 더 가마솥이 되어야 하며
가을은 또 얼마나 더 풍성해야 하고
겨울을 또 얼마나 더 혹독해야
내 가슴에 우려나는 언어 하나 얻을 수 있을까요
내가 몸으로 받아 드릴 수 있는
눈과 귀와 코
내가 마음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
머리와 가슴
내가 읽고 보고 듣고 터득한
기술과 지식
오늘 나는 그것으로부터
한 단어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바람의 기원
김 익 택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당신
무게도 없고 형체도 알 수 없는
그대
물과 소금 없이
몇 일을 살 수 있을지 몰라도
그대 없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습니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당신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그대
빛과 어둠 없이
몇 개월을 살 수 있을지 몰라도
그대 없는 우리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습니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당신
생명도 없고 영혼도 없는
그대
이세상 홀홀 단신
몇 년을 살 수 있을지 몰라도
그대 없는 우리는 단 하루도 살 수 없습니다
우리가 그대를 그대가 우리를
소유 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지만
잃을 수도 없고 잊어버릴 수도 없지만
그대는
우리 곁에 있는 생명 아닌 생명
삶과 죽음과 영혼이 함께합니다
봄 나무의 꿈
김 익 택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밀어 올리는
뿌리의 힘은
하늘 가까이
닿고 싶은 꿈입니다
우듬지 끝에서
뿌리 끝까지
파고 들어가는
잎의 힘은
더 깊은 곳까지
닿고 싶은 희망입니다
초봄 풍경
김 익 택
겨울 끝머리
아직도 바람은 찬데
양지 쪽 길 섶에
털 목도리를 하고서
마른 풀 헤치고
고개 내민
쑥 냉이를
매화가 한껏 충혈된
눈망울로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