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정원에서
김 익 택
경주 어머니산 선도산 자락에 펼쳐져 있는
진흥왕릉(傳眞興王陵) 진지왕릉(傳眞智王陵)
문성왕릉(傳文聖王陵) 헌안왕릉(傳憲安王陵)
법흥왕릉(傳法興王陵), 태종무열왕릉(太宗武烈王陵)
그리고 이름 모를 고분군들
천년 왕궁은 흔적 없어도 나이를 먹지 않은 왕릉은
이 천년 세월 흘러도 새 아씨 가슴같이 풋풋하다
그 옛날 영광은 찾을 길 없어도
무엇인가 기억하고 추억하고 자
찾아온 사람들은
누구는 왕과 왕비 복식을 빌려 입고
누구는 7~80년대 남고 여고생 교복을 빌려 입고서
새하얗게 핀 구절초 꽃동산에서
왕이 되고 왕비가 되고 여고생이 되어 사진 담기 바쁘다
깔깔대는 그들의 웃음 소리가
구절초 꽃 보다 해맑고 향기롭다
선도산 구절초
김 익 택
일년 삼백육십오일 늘 푸른
왕들의 집을 감싼 하얀 안개
어린아이 머릴 쓰다듬듯 한동안 머물다가
산도산 꼭대기를 올라가는 모습
하늘의 부름 받은 신령처럼 근엄하다
안개가 사라진 봉우리 잔디에 맺힌 이슬방울은
그 옛날 공주 귀 거리 보석처럼 영롱한데
넓은 구릉지에 만개한 하얀 구절초 꽃들이
민초의 미소같이 해맑다
서악 구절초 공원
김 익 택
강 건너에서 오셨는가
바다 건너서 오셨는가
산 언덕배기 왕릉 주위
어느 고운 여인의
하얀 목도리같이
어느 고귀한 중년부인
모자 테두리같이
구절초 하얀 꽃이
금방 튀긴 팦콘처럼
탐스럽게 피어있다
그대 오심에
가을이 꽃 잔치를 벌였고
나비는 나풀나풀 춤을 추고
벌은 웅웅 노래를 한다
꽃 구경 온 연인들은
꽃이 되고 싶어 사진을 담고
엄마 손잡고 나들이 나온 아이는
꽃 속에 꽃이 되어서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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