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너는
김 익 택
세상의 삶들 모두 헐떡거리는
섭씨 38C°
너는 무슨 모진 사연 있길래
불볕 더위에 피는 것일까
삶 보다
더 뜨거운 것이 있다면
사랑
그 사랑도 피하는 더위에
붉은 입술
붉은 가슴
붉은 마음으로
어쩔 수 없는
보는 사람이 더 안타까운
걱정으로 피는 것일까
죽어도 좋을 만큼
그리움 아니면
낮에는 꽃잎을 접고 쉬어도
어느 누가 나무랄까
어제도 오늘같이
오늘은 내일같이
피어서 지지 않을 것같이
피지 말고
좀 쉬었다 피지
생각이 안나
김 익 택
여름 오고
또 여름 오고 부터
생각이 안나
천둥이 언제 그치고
비가 언제 왔는지
덥다는 것 밖에
하늘에서 내리쬐는 열기와
땅에서 올라 오는 열기로
오곡이 여물고
과일의 맹물이
단맛으로 변한다 것 알지만
여름 빨리 갔으면 하는 바람 뿐
생각이 생각을 잊어버리게 하는
습도 머금은 더위가
너무 힘들다는 것이지
지난 여름은
오늘보다 시원했다는 기억밖에
생각이 안나
무슨 말인지 알지?
(목백일홍의 충언)
김 익 택
당돌하게 묻지 마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맹인 3년
그러면 네가 얻을 수 있을 거야
그것이 뭣이던
네가 그 길로 갈 수 있는
머리로 번뜩 스쳐 지나가는
방법 하나
얻을 수 있다는 거지
그것
놓치지 않으려면
몸과 정신 팔팔하게
유지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느릿느릿하게 가는 여름은
김 익 택
오늘 이 무더위를
내일 또 경신할지 모르는
내일 하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뙤약볕이 좋다고
무더위가 더욱 좋다고
날아다니는 고추잠자리
목청 돋우어 노래하는 매미
분명 그들만 신나는 세상 아닐 터
소리 없이
무럭무럭 자라는 그들
가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시간 있는 것인데
그래서
오늘 하루도 그들을 위해
시간은
느긋하게 가고 있는 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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