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물 안개는

 


김 익 택


 


 

고요속에 일어나는

저 수면 위 물 안개는

포근하고 따뜻해 보이지만

사실은 

차갑고 냉정한 깊은 수렁이다


한없이 즐거운 날은

달콤한 솜사탕같이

이슬을 머금고 일어나고

몸서리치도록 추운 날은

반란의 음모같이

서리를 감싸 돌며 일어나는

생명의 영혼이다


늦은 봄엔

짧은 봄을 아쉬워 하는

물고기들의 항변같이

혹독한 겨울은 

추위를 두려워하는 

수초들의 저항같이

죽은 듯이 살아야 하는

물속 생명들이 

아픈 삶의 입김이다


때로는 

늦게 일어나는 아이

이불 걷고 깨우는

어머니 음성같이

때로는

아픈 아이

이마에 물 수건으로 닦는

어머니 손길같이


그렇게

몇 억 년을 한결같이

삶과 죽음을 끌어 안고

소생하고 소멸하는 진리를

말없이 시행하는

하늘의 심부름꾼이다

 





가식 없이 사는 방식

 


김 익 택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아니요 하면 나타나는

내 얼굴의 표정이 있다

그 표정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가식 없이 드러나는

마음의 본질이다

내가 편안하면 좋고

내가 불편하면 싫은

다분히 이기적인 

마음의 자리를

안정 시켜 이해하고

받아드려 연습하고

마음을 닦아

본질을 수정하는 것인데

그것을 받아드리기까지

가식 없는 삶을 살기란 쉽지 않다

내가 아파서 울고 억울해서 울고

내가 기뻐서 웃고 감격해서 우는 것과

네가 아파서 울고 억울해서 울고

네가 기뻐서 웃고 감격해서 우는 것을

나 같이 네가 동감한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을 터득해야 얻을 수 있는

삶의 깨달음이다








고백 뒤 두려움

 


김 익 택



 

 

돌아서면 못 내 아쉬운 말

다시 만나도 못하는 말이 있다

자존심 때문에 무릎을 못 굽히는 아니라

나만의 욕심으로 

두고두고 후회가 될까 두려움 때문이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순간의 용기로 인해 긴 아쉬움으로 살기 싫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벙어리로 만들고

내가 나를 옭아매는 것은

흔들 바위 같은 

그녀의 가슴에 내가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게 흔쾌히 받아드릴까 

그 해답의 지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아 상실



김 익 택

 

 

 

 

나를 잊고 

너를 찾는 일은

어지러움 속에 

요를 찾는 일

 

벽보고 

길을 찾고

눈 감고 

책을 읽는 것은

 

달이 해를 

포용하는

지혜 아니면


귀 닫고 눈뜬 채

아웅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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