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부쟁이 외침
김 익 택
거기 잡풀 속
꽃이 있었던가
생각하지도 못한
그곳에서
이슬을 머금은
하얀 쑥부쟁이
가시나무를
목에 두른 채
활짝 웃고 있다
그 모습
반갑고 아름다운 것은
꽃이 화려해서 아니라
푸른 삶이 모두 시들고 죽은
그 자리에
삶을 확인하고
각인시켜 주는 듯
활짝 핀 의지가
존경스러워
다시 나를 돌이켜 보게 되
그리움의 꽃
김 익 택
길을 가다가
일을 하다가
잠을 자다가
문득 떠오르는
그리움
잊는다는 것이 그리 쉽던가
꽃이 피듯
만남이 그리 쉽던가
꽃이 지듯
헤어지는 것이 그리 쉽던가
낙엽이 떨어지는 세월
반복해도
내 가슴 밭에
눈물로 피고
아픔으로 핀
그 꽃은
언제나 아름다울 뿐
단 한번도 지지 않는다
새벽 물 안개가 너에게
김 익 택
눈이 없고
귀가 없고
입이 없는
나
여기 태어나서
여기서 사라졌다는 것
네가 기억해 주지 못한다면
삶은 한번 스쳐간
기억 너머의 얘기
여기 혼으로
피어나는 아침
잠깐 너의 눈에 비친
몽환적 풍경
언어로 다 표현이 안 되어
감격하는 그 얘기를
너에게 하고 있음을
알아 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