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생각


김 익 택

 




 

 

이 만큼 다가서면

저 만큼 가버리고

가도 가도

거기가 거기인

밤 하늘의 별처럼

 

아름다움이 두렵다는 말

아름다움이 아프다는 말

아름다움이 그립다는 말

 

그대를 보고 있으면

가슴 설레는 낱말은

그대를 알고부터 시작된 언어

 

생각이 불 쏘시게가 되어

눈빛이 타 오르고

가슴이 타 오르고

염원이 타 오르고

까만 밤을 지새워

입술을 태우고 눈꺼풀을 태우고


그래도 꺼지지 않는









사랑하며 살자


김 익 택



 

 

 

사랑아

생명의 탄생 첫 울음처럼

세상이 두려웠더냐

 

평소에

네 본심은 텅 빈 그릇

네 빈 그릇 채우기 전에

마음가짐 어땠더냐

 

네 어미 품속처럼

포근 했더냐

꽃처럼 예뻤더냐

숲처럼 맑았더냐

과즙처럼 상큼했더냐

아침 태양처럼 밝았더냐

저녁 노을처럼 붉었더냐

밤처럼 캄캄해서 무엇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더냐

 

대지가 얼고

대지가 불타고

대지가 물에 휩쓸리고


그 가운데에서도

살아 남은 20만년

늙어 죽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렇게 최후까지 살아 남은

사랑아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세상 삶의 모든 책임 우리들에게 있다

사랑 아니면

이 다음 다시 오는 세상

무엇으로 살 것이냐

 

사랑아

우리 모두

서로서로 생명 존중하며

시작과 끝을 한결같이

사랑하며 살자









사랑하며 살자

 

김 익 택




 

 

바람이

낙엽이 바퀴처럼 굴려가고

목적 없는 그림자가 골목길을 돌아설 때

 

괜히 맘이 짠해지고

안타까워 지난 일들이 뭉뚱그려서

아쉬울 때가 있다

 

본의 아니게 마음보다 입이 먼저 저질러 놓은

실수를

수습하지 못해 전전긍긍 붉어지는 얼굴처럼

 

사랑하는 사람 뒤를

몰래 따라가는 자신이 모습이 초라할 때

말 못하는 돌 담장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무 바람 들 듯

마음에 바람 구멍이 들면

눈에 비치는 세상은

부러움이 많아

움츠러드는 자신감은

쭉정이 콩깍지

 

빈 마음을 앞세우고

하늘을 보면

거기

시나브로 바람 빠진 풍선처럼

자신의 야윈 모습이 있다










가을 석양은 노을을 타고

 


김 익 택



 

 

 

 

아침의 붉은 해가

석양에 노을이 지듯

가을 역시

알게 모르게 빛으로 오고

비로 오고 바람으로 왔다

 

어린아이 앞 가슴에

이름을 표를 새겨 놓듯

저마다 삶의 징표

멍든 잎 하나

눈빛 머무는 나뭇가지마다

붉은 이름표를 달아 놓았다

 

서늘한 아침

이슬 마르고 나면

나뭇잎은

저마다 앞 서거니 뒤 서거니

새아씨 입술처럼 붉게 색칠을 하고

가을 바람은

그 위에 마지막 그림을 말리려고 분주하다

 

가지에 졸고 있는

텅 빈 새 둥지는

덩그러니 햇살과 바람이 놀고

 

도타운 햇살에 잘 익은 나무 열매는

이제 더는 나뭇잎 뒤에 숨지 못한다

 

차가운 바람이 불기 전에

이름표가 떨어지기 전에

하루의 햇살이 몰라보게 차가워지면

가을은 가고

도적떼처럼

겨울이 찬바람을 몰고 온다




 






내 마음에 자라는 생각

 

김 익 택



 

 

뒷모습만 봐도

눈물 나는

내 마음에

판화 같은

박물관 하나 있고

 

늙지 않는

그리움은

내 마음에

소설 한 권 있다

 

변치 않는

불문율처럼

내 마음의 고향엔

어머니가 있고

 

아무리 갈구해도

모자라는

내 마음에는

언제나 현재 진행중인

첫사랑 로망 하나 있다



 






홀로 오솔길 걸으면

 

김 익 택




 

 

홀로 오솔길 걸으면

잊었던 첫 사랑

파릇파릇 돋아나고

앙상한 나무 가지 쓰다듬는

봄바람소리 지날 갈 때

수줍은 말 못하는 그녀

가여운 목소리 묻어있다

 

돌아보면 여기 저기

마른 잎 뚫고 일어서는

양지쪽

샘물처럼 돋아나는 생각들

어린아이 눈망울처럼 맑다

 

여보세요 여기가 어디세요

·····

햇빛이 너무 따가워요

세상 첫 구경에 눈부신 생각들

간들거리는 봄바람에 응석부릴 때

 

또 어디선가

따스한 햇빛 감고 도는 

부드러운 소리

얘야, 시련 없이 피는 꽃은

꿀도 향기도 없단다

 

내가 열매 맺기까지

아직 긴 시간

태양도 바람도 비도

모두 너를 위해 있는 것

생각은 두려운 희망이며

내가 극복해야 고지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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