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어디서 오실 그대에게
김익택
그 곳에도 꽃피고 새싹이 돋는 봄은 있는가요
봄이 있다면 꽃바람도 불고 꽃비가 내리겠지요
해마다 봄이 오면 꽃피고 새싹 돋는 낯설지 않는 봄
세월 환갑지나 칠순 목 전
내 가슴은 피지 않는 꽃과 새싹은 요원의 꿈인가요
생각이 소식을 만들고 상상이 답장을 쓰는
아직도 나는 어린아이 가슴
사랑을 찾고 희망을 찾고 있습니다
찾지 못하고 채우지 못한
가슴에 피는 꽃은 올해도 봄이 와도 피우지 못하는 꽃
사랑 찾는 날은 더 외롭고
꿈꾸는 많은 날은 더 슬퍼 눈물이 나
부끄러운 일 아닌데도 미안해 돌아서서 울었죠
사랑은 그런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심장이 뛰는 그 원동력이 희망이라면
나이를 초월하는 것이 사랑
전설처럼 꽃으로 환생하는 시대 아니라면
기회는 반드시 오는 것 아닌가요
그대 언제 어디서 오실 것을 믿고
맞이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기다리고 있어요
그것이 삶의 예의 아니던가요


가메골 계곡 봄 풍경 1
김익택
이름없는 계곡이라서
찾아오는 사람 없어도
새가 살고 노루가 산다
물이 맑으니 중태기가 살고
탱가리가 산다
저 산에 초록속에 도화가 지면
두견이 운다
바위를 휘돌아가는 맑은 물
계곡을 훑고 가는
향긋한 바람
싱싱한 초록 상큼한 빛
몰라서 찾아오는 사람 없고
알아도 찾아오기 어려워
간직할 수 있었던 풍경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

시간과 삶은 반복 아니죠
김익택
세월을 초월하는 늙음은 바라지도 않지만
세대를 초월하는 사랑하는 바라지 않습니다
추억을 늙지 않듯이
사랑도 늙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삶이 곪고 사랑이 썩지 않는 한
희망은 꿈이 아니라 현실
미래의 시간에서 기다리고 있죠
내가 해야 할 일이 의심 없는 사랑이라면
가질 것은 믿음이고 버릴 것은 미움이죠
오늘도 어제같이 하루 24시간
변함없이 흘러가지만
내 감정은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이고 구름
흐렸다 맑아지고 맑았다 흐리죠
진실한 믿음 없었다면
사랑이라는 말 존재가치가 없죠
슬픈 노래가 있고 쓴 술이 있는 것도
아름다운 시가 있고 따뜻한 커피가 있는 것도
나를 위로하는 희망의 존재이유
참아야 얻을 수 있고 이겨내야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
자연의 진리 삶의 존재이유 이죠
어느 한 때
뿌리쳐도 달라붙었던 희망과 사랑을
내가 몰랐다면 할말은 없습니다
그것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님을 믿습니다
그 이유 세상은 다 몰라도
용서도 있고 화해도 있음은 기회도 있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봄을 꿈꾸어도
김익택
꽃보다 먼저 찾는 사람이 너였으면
봄보다 먼저 오는 손님이 너였으면
매양 꿈인 줄 알면서 기다리는 건
내 가슴에 오는 봄은 늘 새롭지만
꽃보다 봄보다 먼저
나를 찾는 손님은 없었기 때문이다
꽃이 피어도 꽃을 모르고
봄이 와도 봄을 모르는 젊은 시절은
삶이 발목을 잡아 아쉬움을 남겼다
사랑은 꿈일지라도 사랑이 아름답다 뜻은
아픔과 슬픔 인내와 절재가 삶의 폭을
넓게 하고 깊게 만든다는 것인데
꽃 보다 봄 보다 먼저 나를 먼저 찾는 사람
없으니 열심히 살아도 산 것이 아닌가





가메골 계곡 봄 풍경 2
김익택
더러 사람이 찾아오는 사람은
그 진가를 알고
아는 사람끼리
암암리 찾아와 놀다 갔으리라
작은 소 작은 폭포 곳곳마다
전설이 맑은 물로 흐르고
바람으로 빗겨가도 관심 밖의 일
지리산에 있는 계곡이 아니라서
살악산에 있는 계곡이 아니라서
담비가 살아도 모르고
수달이 살아도 모른다
아무리 경치가 빼어나도
아무리 물 맑고 풍부해도
구경오는 사람 없어 계곡은 숨은 비경
늦게 찾아 온 내 가슴이 벅차다


가메골 계곡 봄 풍경 3
김익택
이 계곡에 물방울 하나가 동해에 닿기까지
삶의 젖줄이며 산업의 젖줄인 줄 어릴 때는 몰랐다
산새가 물 마시고 지나가던 소가 물 마시듯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더우면 멱을 감고
고기를 잡던 놀이터 일 뿐
다른 의미 없었다
지금은 반세기 전 벌거숭이 산 그때보다
산과들은 더 울창해
계곡은 더 깊고 물도 더 많고 맑아
그 옛날에도 없던 단비가 살고 수달이 사는 가
배설물이 개울가 바위에도 있고 썩은 나무에도 있다
반세기 넘어 찾아온 나를 그래도 손님이라고
반기는 것일까
수백마리 중태기때 계곡을 유영하고
산 벚꽃 계곡 폭포에 떨어져 술잔을 돌리듯
소를 돌고 있는 모습 시간을 이야기하고
삶의 진리를 되 뇌이는 듯 뱅글뱅글 돌고 있다



가메골 계곡 봄 풍경 4
김익택
설악산 어느 계곡에 있는 폭포였다면
사연이 있었을 것이고
지리산 어느 계곡에 있는 바위였다면
전설이 붙었을
저 작은 폭포 소리는
포효하는 호랑이 소리를 닮았고
저 작은 소는
활짝 편 어머니 치마폭을 닮았다
저 계곡 한 가운데 바위는
활짝 웃는 삽살개를 닮았고
반듯반듯 저 사각 바위는
시루떡을 닮았다

초록의 숲 속의 삶들
김익택
저 산의 연초록이 초록으로 짙어 지는
그 사이
스스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나무들은
바람으로 즐거움을 소통하고
비로 고충을 얘기하는 가
봄에 비추는 태양 봄에 내리는 비는
생명을 품고 삶을 품은 영혼
평범과 보통상식이
어느 삶을 구별하지 않듯
봄에 내리는 비와 빛은
어느 삶에게 내리는 비가 눈물이 되면
내리비추는 빛이 기쁨이 되고
빛이 눈물을 요구하면 비가 기쁨을
아낌없이 주고 아낌없이 가둬가는
삶과 죽음을 구별하지 않는다
제각각 갖고 있는
DNA를 활용하여 전통과 관습
지식과 지혜는 삶의 몫이다


버들잎 반영 인사
김익택
보들보들한 버들잎의 초록빛도
고요히 숨죽인 초록물에 비친
야들야들한 버들잎도
가슴에 봄빛을 수놓았다
그 느낌 걸맞게
무어라 말을 해야겠는데
아름답다 라는 통속적인 말
그 밖에 생각나지 않아
너에게 내가 미안하고
내가 나에게 불만이다



가메골 계곡 봄 풍경 5
김익택
연초록 빛으로 물든
십리 계곡은
아기 손같이 복스럽고
그 속에
하얀 산벚꽃은
누님 웃을 때 보이는
하얀 마소같이 아름답다
꼬불꼬불 토끼 길을 따라
계곡 물소리는
마음을 씻어 주고
소나무를 훑고 가는
시원한 바람은
땀 방울 맺힌 얼굴을 닦아준다



그 이름 중태기
김익택
내 어릴 때 6~70년대 도랑마다 개울마다 계곡마다
흔해 빠졌던 중태기
배고팠던 그 시대도 맛없다 재수없다고 버렸던 중태기
세계 제일 빈국에서 선진국 될 때까지
산업폐수와 농약 생활하수로 멸종됐었나 했는데
보이지 않던 몇 십년 여기 다 모였네
산마다 정글이 되고 계곡마다 맑은 물 넘쳐나니
너를 볼 수 있구나
싫어도 밉지 않았던 너를 다시 보게 되니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난 듯
안면은 있는 데
이름도 잊어버리고 얼굴도 가물가물한 것 같이
중태기가 맞는지 살펴보고 살펴본다
그래 그때는 너무 흔해서 관심 없고 싫었다
그런데 네가 일급 수 맑은 물 표준일줄 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