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울다

 


김 익 택

 

 

 

 

임자 없는 묘지에

할미꽃은

정든 땅 잊지 않고

해마다 피는데


강남 같던 제비는

전세 살집이 없어

돌아오지 않네


어미를 기다리는

아이는 배가 고파

하얀 찔레꽃을 꺾어 먹고


우물가 앵두는

휘파람새 따라

도시로 떠나고


진달래 나풀거리면

나무를 지고 오던

뻐꾸기는

앵두를 그리워했지요

 

그래도 그 시절은

배 곪아도

아우 먼저 형 먼저

나누어 먹고


이웃집은 내 집같이 드나들고

멀리서 찾아온 낯선 손님에게

선뜻 한끼 밥상 잠자리는

내 식구처럼 정성으로 대접했지요


못 살아서 그립고

갈 수 없어 안타까운 곳

잊을 수도 잊어서는 안 되는

그리운 그곳 지금은


무논에 자운영 화원은

공장 시멘트 바닥에 생매장되고부터

봄 노래를 부르던 종달새는 종적을 감추었고


농약 화약비료 과용으로

뜸부기 따오기

논 고동 메뚜기는

도감 아니면 볼 수 없습니다

 

 







벚꽃 속으로



김 익 택




 

벚꽃이 지는 날

꽃 속을 걸어가면

 

해 묶은 쌓인 앙금은

나비 되어 날아가고

절름발이 아픈 가슴

박하 향기 가득하다

 

벚꽃이 지는 날

꽃 속을 걸어가면

입은 옷 풀어 해쳐

꽃처럼 날고 싶고

파란 하늘 가슴에

안기고 싶다

 

벚꽃이 지는 날

꽃 속을 걸어가면

악인도 동심이 되고

노인도 청춘이 된다

 

벚꽃이 지는 날

꽃 속을 걸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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