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재 아침풍경
김 익 택
산 언덕
소나무
빛으로
가지런히 머리 빗는
아침
산과 들
마을의 집
골고루 스며드는 안개
고운 비단 이불 속
요정의 꿈같은
저 풍경
천국이 저렇게 신비로울까
꿈은 저렇게 아름다울 수 없지
가을은 뒤 모습이 아름답다
김 익 택
이 가을에 떠나는 주인의
뒤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 가을에 떠나는 주인의
뒤 모습은
참으로 위대하고 거룩합니다
모두다 떠나기 싫은
마지막 삶의 문턱에서
이 가을에 떠나는 주인은
열매를 내려놓고
나를 내려놓고
입고 있는 옷까지
모두 벗어 두고
겨울 속으로 떠나 갑니다
그렇게 떠나가는
이 가을의 주인은
너를 위한 삶
정신까지 내려놓고
영하의 겨울 속으로
미련 없이 떠나갑니다
밀재 유토피아
김 익 택
먼동 트는
아침
함평의 산과들은
하얀 안개이불 속에 잠들어 있다
그 평화도 잠시
붉은 태양
산 위로 우뚝 솟아 오르자
밭고랑 같은 산과 들
그 위로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같이
일어나는 구름들
일제히 출렁거린다
보고 있어도 꿈같은 풍경
심장 밑바닥에 정으로 아로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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