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 노랑 빛은
김 익 택
입맛 당기는
저 달콤한 빛
산전수전
몇 백 년 견뎌야
구현할 수 있을까
저 사랑스런 빛
꽃이 아니어도
꽃이 되고
꿀샘이 없어도 향기로운
그대는
시간의 역사가 만든
빛의 선물
그 말 밖에
할말이 없다
금시당 은행나무에게 물음
김 익 택
오늘가면 추억의 한페이지
누구는 사랑을 기억하고
누구는 은행나무를 기억하듯
시간은 기억의 저편이 되고 마는 것인데
저 잎 떨어진 앙상한 은행나무에게 시간은 무엇일까
5백년 사는 동안
기억에도 없는 바람같이 스쳐 지나간 무수한 사람들
오늘 나 같이 가치 없는 의문을 들었을 터
묵묵부답의 그 해답
부질없는 체념과 상상 그리고 잊음을 반복했을 터
그래도 묻는 건
죽음 보다 삶이 존경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낙엽 편지의 진리
김 익 택
부칠 수도 없고
읽을 수도 없는 가을의 편지는
나보다 너를 이해할 줄 알아야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심줄같이 질긴 삶 아닌 다음에야
미련도 아쉬움도 버려야 아름다운 법
흔적 없이
가루가 되어야 살고
썩어야 살고
흙이 되어야 살고
본성을 잃어야 사는 자연을 진리를
낙엽은 아는 것이다
은행나무의 교훈
김 익 택
은행잎이 찬바람에 가을 옷을 훌훌 벗어 던졌다
그동안 영양분을 제공하고 물을 끌어 올리느라
수고했다고 땅에게 황금 이불을 선물했다
그 모습이 기특했는지 태양이 빛으로 토닥거려 줬다
삶과 죽음은 아름다운 순환일 뿐
세상의 나 만을 위한 삶의 유아독존은 없다고
태어남의 사랑이 그렇고 삶의 정이 그렇고 사후의 정의가 그렇다고
몇백년을 한결같이 잎 피우고 잎 떨어뜨리는 은행나무가
매년 자연의 섭리로 가르쳐주고 있다
은행잎 이별
김 익 택
삶의 마지막
보내는 사람
떠나는 사람
가슴을
저렇게
노랗게 물들일 수 있다면
아프지 않고
아쉽지 않으리라
금시당 은행잎의 사후미학
김 익 택
추억과 그리움은
헤어지고 난 뒤의 정
금시당 은행잎은 마지막까지
참 아름다움의 삶을 안다
금시당 은행잎은
사랑은 알아도 배신을 모르고
미학을 알아도 추함을 모른다
마지막 낙엽이 되어
떨어져서 까지
사랑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노란빛이 되어
밟아도 웃고 던져도 웃고
버려도 웃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고서
일년 내내 관심조차 주지는 삶들에게
감동을 줄 수 없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