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정
김 익 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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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불고 서리 내리는
12월 가는 길목
밀양강 언덕 숲 속
오연정 앞 마당엔
주인없어 외로운 4백년 은행나무가
홀로 오연정 대문을 지키고 있다
찾는 이 없고
청소하는 하는 이 없는
마당엔 온통 노란빛
먹으면 약이 되고 찬이 되는
은행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그 옛날 선비 계셨으면
활짝 열어 놓았을 대문은 굳게 있어
나그네
어디 누가 있을까 싶어
대문 틈 사이 이리저리 살피다
염탐꾼처럼 고개 내밀어 집안으로 살피는데
여기 저기 궁금증을 자아내는 풍경들이
호기심을 자극을 했지만
빛 좋은 봄 날을 생각하며 발길을 돌린다
낙엽의 질문
김 익 택
저 낙엽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
무엇일까
쓸쓸하고 외로움
그것 밖에
하지만
내가 그에게 위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 눈빛을 읽을 수 있다면
바람에 흔들리고
햇빛에 투영되는
표정을 느끼는 나처럼
외롭다
그립다
이유가 무엇인지 몰라도
그것 밖에
은행잎의 우려
김 익 택
태양은 보이지 않고
바람 불지 않은데
노랗게 물든 은행잎
파르르 떨고 있다
노랗다 예쁘다
눈 가진 사람들은 가슴에
다정을 심고 사랑을 심는데
떨어지는 은행잎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늦은 가을이 낙엽에게
김 익 택
11월의 늦은 가을이
낙엽에 말한다
앞날을 생각하지 말고
지난날을 뒤돌아보지 말라고
네 의지대로 되지 않는 삶
그대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에 순응하는 것뿐
추억하지 말고 아쉬워하지 말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