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이 일몰 집 가는 길은



김 익 택 

 

 

 

 

 

 

날마다 너에게 가는 길은

한치도 변함없는

불변의 항로

기쁨보다 시련이 많고

희망보다 실망하는 날 많습니다

 

날마다 너에게 가는 길은

눈 감아도 절로 가는

눈에 익은 길

돌부리 하나 없고 시비 거는 이

없어도 언제나 낯설고 두렵습니다

 







추억 언제나 그대는



김 익 택



 

 

오늘 하루도

그대가 남겨 놓고 간 흔적은

내 마음 같지 않게

하루 시간만큼 사위어질까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런데도

그대는

여행 가방 속 수첩처럼

그대가 잠시 잠깐 머물렀다 떠난 빈자리는

허무와 아쉬움의 뒤안길이 됩니다

 

어느 날 문득

그대 아득한 추억 한 자락이 

다이아몬드처럼 빛이 날 때

그대와 함께 했던 삶의 반추는

씨 톨 하나가 되어 새싹이 돋아 푸르다

꽃도 피우지 못하고 져버리는

바람 앞에 촛불 같아 불안합니다.

 

그대

올 때는 꿈을 한 다발 안겨주지만

갈 때는 시름만 남겨두고 사라지는

그 빈자리는 언제나 넓기만 합니다


늘 그랬듯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가슴을 아리게 하는 그리움이지만

값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고귀한 선물이기도 합니다

언제나

그대는

 

 


 



무죄의식



김 익 택



 

 

해와 달은

구름이 아무리

어서 가자고 재촉해도 흔들리지 않는데

世波 속의 하루는

총알을 타고 가듯 바삐간다

 

자연의 소리는

도심 속에 헤매다 지쳐 신음을 하고

도심 속의 바람은

빌딩 속을 방황하다 차량의 매연에 숨죽여 운다

 

그래도 사람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먹고

싸고

마구 버린다




 





가끔은



김 익 택





 

가끔은 뒤로 걷는 것도

앞으로 향하는 발걸음이다

 

문득 길을 가다

멈춰 서서 먼산도 보고

푸른 잔디 위에 누워 몸을 맡기고

손 베개하고 누워서 하늘을 보는 것도

내일을 향한 휴식이다

 

그때는

삶에 찌든 마음을

빨랫줄에 걸어두고

 

햇볕에 마음을 소독하고

어질러진 맘은 바람에 씻어도 보고

빈 머리로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것도

내일을 향한 발걸음이다




 






이미 그때는



김 익 택



 

 

자연의 품은

하늘같은 가슴을 가졌어도

인간의 무관심에 병들어 가고

 

사람들은 제각각 부를 쫓아

개발과 보존

첨단과 퇴보

법률을 들먹이며 제 잇속 차리기 바쁘다

 

나날이 쓰러지는 나무를 밴 빈자리

터전을 잃은 생물의 울음소리 가냘프고

그 푸르던 강물은 줄어들어 겨우 물줄기 명맥만 유지한 채

가장자리 뻘 밭은 거북이등 문양처럼 천 갈래 만 갈래 갈라져

물을 달라 소리치는데

횅하니 지나간 바람자리에는 먼지만 흩뿌리고 간 폐허뿐이다

 

나날이 쏟아지는 이산화탄소와 환경오염물질

지구는 포화상태가 되어가고

이제 더는 안 된다

엄포가 아니다 시기를 놓치면 모두 죽음이다

정화를 외치는 자연의 목소리가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가 되고부터

지구는 폐결핵은 시름을 앓기 시작했다

 

그리고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그리 아프지도 않는 채

1 2 3기를 넘어서 마침내 4기가 되었을 때

 

정화하고 보호하고

보존하고 사랑하고

후회 해도

이미 그때는

해도 없고 달도 없고

나도 없고 너도 없다

 

해도 없고 달도 없고

나도 없고 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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